22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최대의 승리자’는 녹색당이었다.

개표 결과 녹색당은 8.6%(55석)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23년 전 시민단체에서 정당을 결성, 현실 정치에 뛰어든 이후 최고의 지지율이다. 4년 전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할 때의 득표율 6.7%(47석)에 비하면 큰 성장이다. 지금까지 최고 득표율은 1987년 총선 때의 8.3%였다.

녹색당은 또한 사민당과 기민·기사 연합에 이은 3대 정당으로서의 위치도 공고히 했다. 역대 정권에서 단골 연정 파트너였던 자유민주당은 녹색당에 밀려 1998년에 이어 이번에도 4위로 그쳤다. 8% 이상의 지지율과 3대 정당 지위 고수는 녹색당 지도자 요슈카 피셔(Fischer) 외무장관이 선거 전에 제시한 2대 목표였다.

녹색당은 이번에 지역구에서 처음으로 당선자를 내는 쾌거도 이룩했다. 지난 5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독일 연방하원에서 연설할 때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에 항의해 의사당을 떠났던 크리스티안 스트뢰벨레가 베를린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녹색당은 그동안 지역구 당선자 없이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에 따라 연방 하원에서 활동해 왔다.

녹색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환경보호와 반핵(反核)평화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진보 노선이 독일 정치에 성공적으로 착근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4년간 사민당과 연정에 참여하면서 원자력 포기나 해외파병 반대 등 일부 급진 노선을 포기 또는 수정한 ‘유연성’을 유권자들이 높이 샀다고 볼 수도 있다. 현실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피셔라는 인물의 높은 인기 역시 녹색당 지지율 상승의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지율을 높인 녹색당측은 2기 연정에서 각료 자리를 추가로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79년 환경보호와 반핵주의를 표방하면서 시민·환경운동단체들이 결성한 녹색당은 지방의회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1983년부터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1993년 말 동독 지역의 자매당과 통합, 당명을 ‘동맹90·녹색당’으로 고쳤다. 1998년에는 사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정권 담당자로 도약했고, 이후 4년간 녹색당은 정체성(正體性)과 급진 노선의 수정을 둘러싼 심각한 내분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