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품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디자이너 은병수씨.<br><a href=mailto:wjjoo@chosun.com>/주완중기자 <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인테리어숍이 생겼다. 디자이너 은병수씨가 뉴욕 소호에 이어 서울에 문 연 ‘비움(Vium)’. 옛것을 그대로 살린 발우 시리즈, 1000여 조각의 자투리 옷감을 이어 만든 조각보 커튼, 대나무 살을 펼친 채 마무리한 채상자, 나전으로 만든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실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세계를 겨냥한 한국 명품을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지난해 11월 뉴욕에 진출한 ‘비움’은 일종의 안테나 숍. “동양의 숨겨진 보물”(뉴욕 데일리 뉴스), “전통 예술과 현대디자인의 완벽한 조우”(메트로폴리탄 홈)란 호평을 들으며 한달 만에 10만달러 어치를 파는 기염을 토했다.

1100개의 모시조각을 손바느질로 이어붙여 푸른 쪽물을 들인 조각보.

“까다로운 뉴요커들만 잡으면 세계 어디로든 진출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반응이 다양했습니다. 상모 돌리는 소년을 모티브로 심플하게 연출한 나전칠기 함 시리즈는 유럽인들이 좋아하고, 미국인들은 자신의 띠별로 고를 수 있게 12지신상을 새겨넣은 도장을 좋아했지요. 동양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다구요.”

서울대를 나와 각종 생활용품과 상품 디자이너로 활동한 은씨는 모토로라 호출기 디자인을 서구로 역수출한 주인공. 그러나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만들다보니 진정한 내 디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초라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우리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명품 만들기다. 은씨와 20대 디자이너들로 꾸린 디자인팀이 발벗고 나섰다. 전국의 무형문화재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은씨가 디자인하고 목기 명장 서태랑, 칠의 장인 정수화, 나전칠기의 이형만, 죽공예의 서한규 등이 힘을 보탠 ‘Soban(소반)’ ‘Chotdae(촛대)’ ‘Hangari(항아리)’ ‘Yeebul(이불)’ 등 모두 150여 종.

“내년 초 도쿄 비움을 여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 가게를 냈습니다. 디자인 대국으로 꼽히는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데 먼저 한국서 반응을 보려구요. 녹차와 향, 음악 같은 우리의 정신적 유산도 상품화할 생각입니다.”

(김윤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