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못 들어가는 겁니까.”(기자 A)

“이 아이디 카드로는 선수촌으로 못 들어갑니다.”(보안 담당자)

“아니, 조금 전 사람은 이 카드로 들어갔는데요?”(기자 B)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상부 지시에 따를 뿐입니다.”(보안 담당자)

북한 선수단이 들어온 2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 있는 선수촌
앞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아시안게임 보도진은 이날 오전 있었던 선수촌 개촌식과 오후 예정된
북한 선수단 입촌을 취재하기 위해 전날 선수촌 출입증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날 발급된 것은 개촌식만을 위한 출입증이었다. 문제는 이
사실을 전혀 취재진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 개촌식이 끝나고 선수촌에
그대로 남은 취재진은 '유효기간이 지난' 출입증으로 오후 북한의 입촌
광경을 그대로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기자들은 북한 선수단의
도착에 이어 이뤄진 갑작스러운 경찰의 통제에 영문도 모르고 통제를
당했다. 경찰들도 처음엔 그냥 통과시키다가 상부 지시가 내려오자
무조건 통제로 입장이 바뀌는 등 혼선을 빚었다.

선수촌은 가장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곳이다. 혹 생길지도 모를
'테러'의 제1표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북한 선수단의 입촌 때
매겨진 보안 성적표는 낙제에 가깝다.

엉성한 조직위의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개막이 일주일도 안 남은
시점에서 각국 취재진이 속속 들어오고 있지만 메인 미디어센터는 아직
곳곳에서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다.

일부 경기장을 제외하곤 부산을 처음 찾은 외국인을 위한 이정표도
태부족이다. 심지어 길눈이 밝은 택시 운전사조차 경기장 위치를 알지
못할 정도다. 당초 예정된 프레대회도 대부분 열리지 않아 각 종목
경기들이 원활하게 운영될지, 태풍 피해로 심하게 훼손됐던 일부
경기장들도 완전히 복구됐는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월드컵 축구 4강과 전국을 메웠던 뜨거운 코리아의 함성의 여운이 아직도
지구촌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지금, 부산아시안게임은 많은 우려
속에 개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