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 의원은 대선출마를 선언했지만 정책분야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정 의원은 "신당이 창당되면 공식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으나, 저서와 각종 기고문, 연설 등을 통해 밝혀온
견해들을 종합해 정 의원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편집자)
◆통일·외교·안보
정 의원의 대북·통일관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우선하는
보수적 시각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그는 "확고한 안보태세 속에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고, 국민적 합의와 지지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전면폐지 또는
대체입법은 북한의 노동당 규약이나 형법 등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관계에 획기적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검토대상이 되어선 안된다"는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아시아·유럽 프레스 포럼에서 대북지원과 관련,
"우리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하므로 북한에 대해서도 납북자 송환 등
인도적 차원의 요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현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외교적으로는 개입정책의 일종"이라고 규정하고,
"개입정책은 외교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햇볕정책은 국민적 지지와 합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김정일(金正日)에 대한 평가나 북한 인권상황, 금강산 관광사업의
적절성 등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정 의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한 회의에서 북측 관계자들이 남측 인사들에게
"정치인들이 통일을 위해서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하자
"동감이다"라고 답한 바 있다.
정 의원은 통일 방안에 대해선 확립된 논리를 밝힌 적이 없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구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뿐이다. "현
단계에서는 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체제의 상이점을 서로
인정하고 존경으로써 평화공존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평화통일의
첩경"(2001년 10월19일, 통일대화의 광장 축사)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평화정착 방안으로 당장 남북간 군사력감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2000년 2월 12일 한 신문기고에서는 "1단계로
30만명 수준으로 남북한 병력을 감축하는 안"을 제시했다. 남북문제에
대한 이런 정 의원의 입장은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중간쯤"(서울대 전인영 교수·8월 28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외교에 있어서는 "국가이익을 지키는 현실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이상주의 노선을 동시에 추구해야"(2001년 9월23일
국회 통외통위 국정감사 질의)한다는 입장이다. 한·미관계에서는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해칠 수 있는 반미감정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2000년 8월 미국이 한국여행자에게 신변조심을 알리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인터넷에 올리자 미국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에게 "반미감정을 더욱
자극할 수 있고, 양국 국민간의 불신과 오해를 깊게 할 수 있다"고
유감서한을 발송했다. 작년 9·11테러 직후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회의에서는 "최근에는 정부에 있는 분들이 혹시 반미적 경향이 전에
비해 강하지 않나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은 북한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고 극동지역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2000년 2월 12일 신문기고)라고 말했다.
◆정치
정몽준 의원은 정치개혁을 대선 출마의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정치개혁은 '초당적 정치를 통한 국민통합'이다.
"대북정책 등 국가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은 초당적
입장에서 논의·결정돼야 하고, 대통령은 당적은 갖고 있되 초당적
입장에서 제 정당을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2002년 8월 1일
미국 해리티지 재단 연설)는 게 핵심적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치개혁을 위해 원내중심 정당으로 운영하고 거대
중앙당은 없애며 대변인도 안 두겠다고 했다. 또 선거공영제 실시와,
국고보조금을 당이 아니라 의원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주장해
왔다. 정당은 누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계속
펴고 있다.
그는 대의(代議)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를 강하게 주장한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해선 매우 부정적이다. 2000년 2월 20일 한
신문기고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의 존재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이를 생략한, 우리가 상상하는 직접민주주의란 역사상 실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경선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도 같은
논리였다.
개헌문제와 관련, 그는 이른바 '책임총리제'를 지지하고,
"국회의원·대통령 선거시기를 맞추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꼭 검토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현 시점에서의 개헌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대응에도 신중한
편이나 "언론보도는 너무 축약돼 진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고 자주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정치개혁관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측 상당수
의원들은 "누구나 책임없이 할 수 있는 말들"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측근은 "정치개혁은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다"며 "정 의원은
치열한 정치현실 속에서 자신이 책임지고 고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허황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
정몽준 의원은 자유시장경제를 경제정책의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해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한국 사회에 퍼져 있는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조차도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할 정도다.
정 의원은 작년 초 한 신문기고에서 "경제는 경기(景氣)의 부침을
보이는 불안정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런 불안정성을 치유한다는
명분으로 채택되는 각종 정책은 약효가 불분명한 항생제를 남용하는
경우처럼 장기간에 걸쳐 시장경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정경유착의 원인을 관료와 정치인의 도덕성에서 찾고 있다.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잘 발달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충실해야한다"(작년 말 서울대 경영대학원 특강)고
말했다. 음성적 정치자금 제공을 없애고 기업·정부 간 합리적이고
투명한 관계 구축을 위해 로비스트를 양성화하자는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DJ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고 말한 것은 시의적절하다"(2000년 8월
공주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강연)고 총론적 찬성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각론에서는 다소 다른 생각이다.
DJ 정부가 초기에 추진했던 재벌개혁론에 대해선 "시장에 의한 규율이
지배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개혁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작년
12월 한 주간지 설문조사에서 밝혔다. 또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며,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사기업 오너로서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도 비쳤다.
기업인들이 대부분 반대하고 있는 집단소송제에 대해선 정 의원도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집단소송제란 다수 피해자를 대표해 소수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정 의원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소송 남발로 인해 기업의 정상적 경영이
어려울 정도가 되어선 안 된다"며 "경제 혼란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역시 대기업주로서의 시각을 보였다.
법인세 인하 논쟁과 관련, "법인세 인하가 기업 설비·연구 투자에
직접적 유인을 제공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고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정 의원은 노사관계를 '수평적 부부관계'로 비유하며 상호 협력을
강조한다. 지난 14일 현대중공업 노조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회사가
이익이 나면 3분의 1은 투자에, 3분의 1은 주주 이익을 위해, 3분의 1은
종업원과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17일 출마선언식에서는 "성장제일주의를 배격하고 근로자들과 함께 땀을
닦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격심한 노사분규가
계속된 대표적 기업이어서 노동계에선 그가 근로자의 권익을 얼마나
보호할지 의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