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팔순잔치에 참석한 종로구 할아버지&#8361;할머니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a href=mailto:krchung@chosun.com>/정경렬기자 <

“나이 서른 때 산 옷을 여든에 입으려니 남사스러워.”

서울 종로2가의 두평짜리 쪽방에서 홀로 살고 있는
김정애(金貞愛·여·80) 할머니는 13일 오래간만에 한복을 차려 입었다.
이날 오후 인근 대형식당에서 열린 '독거노인을 위한 팔순잔치'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병으로 수척해진 몸 때문에 한복은 자꾸
흘러내렸지만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은 활짝 펴졌다.

행사는 종로지역 상인들의 모임인 '종로를 사랑하는 상인들' 소속 회원
120명이 준비했다. 모임 회원인 상인 조대식(趙大湜·45)씨는 "지난
어버이날 경로잔치에 오셨던 한 독거 노인이 '내년이 팔순인데 죽기
전에 잔치상을 받을 수나 있을까' 하고 한숨 쉬는 것을 보고 팔순잔치를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씨를 비롯해 120명의 상인들은 그후
달마다 50만원씩을 모으고, 이달 초에는 각 회원이 별도로
10만~50만원씩을 더 내 600만원의 행사기금을 마련했다.

김 할머니를 포함해 올해로 팔순을 넘긴 할아버지와 할머니 10명은
하객으로 찾아온 종로 일대의 독거노인 70여명과 함께 3시간 동안 흥겨운
잔치를 즐겼다. 잔치상은 푸짐했고, 만담가의 재담도 팔순노인들이 배를
잡고 웃게 만들었다. 흥겨운 아리랑 가락에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종로구 주민자치센터가 파악하고 있는 종로구 일대 독거노인 수는 약
100가구 110여명. 팔순을 넘긴 13명 중 몸을 움직일 수 없는 3명의
노인들은 안타깝게도 이날 잔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젊어서 처자식을 버리고 나온 할아버지 후처로 들어갔다 아이를 못 낳고
쫓겨난 할머니, 두 명의 아들이 모두 장애인이 돼 부양할 사람이 없는
할머니 등 홀로 살게 된 사연은 갖가지였지만 팔순잔치를 맞은
독거노인들은 "몸이 안따라 그렇지 마음만은 둥실둥실 하늘을 떠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