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률과는 별개의 프로그램 평가 기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방송 프로그램의 저질화를 초래하는 고질적 병폐인
시청률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BS는 최근 한국방송학회에 의뢰해 독자적인 시청자 평가지수(EPEI·EBS
Program Evaluation Index)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EBS는 이 지수를
활용, 1년에 2차례 5만여명의 시청자에게 E메일을 보내 각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의뢰하기로 했다. 평가 기준은 독창성·완성도, 공익성,
흥미도, 유익성 등 4가지. 첫번째 조사는 10월 초 실시할 예정이다.

MBC도 한국언론학회와 공동으로 프로그램 평가 지수를 개발중이다. 1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표본으로 삼아, 내년 초부터 1년에 1~2차례 자사
프로그램을 평가할 계획이다. 박성희 정책기획팀장은 "시청률 말고는
프로그램을 평가할 방법이 없는 현실적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SBS 심의팀도 비슷한 자체 프로그램 평가 기준을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SBS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객관적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데 대한 문제 제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면서 "올해 안에
독자적인 평가 기준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방송 관계자들은 이런 방송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이다. 광고 수입과 직결되는 시청률, 시청 점유율을 절대적
기준으로 프로그램의 존폐를 결정짓는 방송 풍토와 구조에서 이런
내부적인 평가는 요식 행위에 그치기 쉽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KBS는 1999년부터 공영성 지수 PSI(Public Service Index)를
개발해 프로그램을 평가해왔지만, 지난 해 가을 개편에선 오히려 2TV의
오락성을 대폭 강화해 비난을 받았다. 2TV는 KBS 이사회가 발표한
'2001년도 경영평가 보고서'에서도 공영성 지수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은혜정 연구원은 "현재의 방송 현실에서 자체
평가 지수는 '지수를 위한 지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시청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방송시장의 산업적인 바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