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오아시스 ’의 이창동 감독(왼쪽)과 신인배우상을 받은 여주인공 문소리씨가 10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 href=mailto:hongil@sportschosun.com>/홍찬일기자 <


"의외였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고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응을 받았어요."

영화 '오아시스'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창동(48)
감독이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여주인공 문소리(28)와 함께 10일 오후
1시30분쯤 귀국,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후줄근한 재킷에
빛바랜 청바지 차림의 이 감독은 무미건조하던 평소 표정과는 달리, 눈에
띄게 자주 수줍은 미소가 입가에 떠올랐다.

이 감독은 그러나 "상을 주고 남들이 인정해준다고 해서 그 자신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이번 수상이 나를 구속하거나 자기 기만에
빠뜨리는 방향이 아니라, 좀더 용기와 자기 확신을 얻는 방향으로
작용하길 희망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영화는 현재
아시아 영화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고 인정받고 있지만 국가적 위상은
그에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의미에선 문지방을 넘는
단계"라고 말했다.

설경구('광복절 특사' 촬영으로 영화제 불참)와 문소리의 연기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이 감독은 "설경구씨의 연기에 대해선 알
파치노 젊었을 때보다 더 잘했다는 얘길 들었고, 문소리씨는 영화제 전체
배우들 중에 가장 화제의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한공주' 역을 맡은 문소리는 실감나는 연기로 베니스에서
'실제로 장애인인 줄 알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문소리는
"공주는 누가 했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역할이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상 탈 것을 예상 못했다는 그는 "영화제 폐막 직후 친구들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가려고 민박집 예약도 하고 짐까지 부쳤는데,
수상과 함께 취소돼 내심 섭섭하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속에서 샤론 스톤이나 줄리아 로버츠처럼 아름다운 여배우 역할을
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저는 여배우보단 배우이고 싶어요.
'오아시스' 시사회 때 큰 극장을 가득 메우고 영화를 깊이 이해하는
관객의 눈빛을 느꼈을 때, 그것만으로도 베니스에 간 이유가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