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발표됐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은 ‘9.11 현장 재개발 ’모델(동그라미 안).담장을 두른 네모난 공간이 무역센터 자리다.

9·11 테러 1주기를 맞은 요즘 비극의 현장을 어떻게 보존 혹은 개발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프랭크 게리·렌조 피아노·램 쿨하스….
유명한 건축가들의 이름이란 이름은 죄다 등장한다.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도 시안이 전시 중이고 전세계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 결과가 이달 말 뉴욕시에 의해 발표된다. 뉴욕타임스는 다음 주,
스타 건축가들을 동원해 자체적으로 작업한 '재개발 모델'을 발표한다.
이번 재개발은 건축 규모에서, 또 상징성에 있어서 '역사상 최대의
디자인 프로젝트'로 불린다.

눈에 띄는 것은 '무역센터 자리를 그냥 내버려 두자'는 목소리가 점점
확산 중이란 점이다. '많은 시민들이 무역센터 자리를 무(無)로 남겨둘
것을 원하고 있다. 추모 시설 외에 작은 공원과 광장,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산책로, 미술관과 오페라 하우스 등 문화 시설이야말로
시민들이 바라는 것이다.'(9일자 뉴스위크) '대내외 과시용으로
재개발이 '더 크게', '더 빨리' 추진되고 있다. 완벽하고 대대적인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기에 앞서 테러의 현장이 자생적으로 어떻게 변하고
제자리를 찾는지 지켜보자.'(9일자 뉴리퍼블릭)

'그라운드 제로'(무역센터 테러 현장)는 일반 시민과 유족들에게는
성지(聖地). 그러나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는 금싸라기 땅이다.
공중분해된 사무공간과 주거·상업 공간 확충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또 어찌보면 문명충돌의
상징인 이곳의 미래를 자본논리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목소리다.

재개발 계획을 둘러싸고 여론의 분노가 처음 폭발한 것은 지난 7월.
당시 뉴욕 주 정부 등이 선정한 건설회사가 재개발 방안을 발표했다.
이때 회사 웹 사이트 하루 조회 건수는 5000만회에 달했다. 그러나
신축될 건물 사이에 형식적으로 들어앉은 듯한 추모 공원과 추모 광장
등으로 이루어진 설계안은 당시 여론의 거센 비난에 부딪히면서
만장일치로 폐기됐다. 역사성을 살리지 못한 개성 없는 디자인, 또
상업적 이익을 노린 부동산 개발을 여론이 용납하지 않은 셈이다.

테러 1주년을 맞아 아직까지 상처가 생생한 터라 여론이 상업적인
개발계획을 밀어낸다 쳐도 미래는 알 수 없다.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9년만에 37층 고층 아파트가 세워지듯 뉴욕 테러 현장 역시 빽빽한 빌딩
숲으로 변할 지 모른다. 그러나 변변한 추모시설 하나 제대로 없을 뿐
아니라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할 현장을 어떻게 보존해야 할 것인가라는
뜨거운 논의조차 없었던 서울과 뉴욕의 현실은 분명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