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녀석' 이천수(21ㆍ울산)가 얼이 빠졌다.

4일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뒤 할말을 잃었다. 응원나온 한 여중생으로부터 입술을 빼앗긴 것이다.

남북통일축구대회 대표팀 훈련이 마무리된 해거름녘. 취재진들과 몇 마디 나눈 이천수가 막 숙소로 향하려 할 때였다. 여기저기 종종거리며 미리 준비해 둔 노트에 선수들의 사인을 받아담던 예닐곱명의 수다쟁이 여중생들이 득달같이 이천수를 에워싸고 앞다퉈 팬과 노트를 들이밀었다. 이천수의 세련된 손놀림이 마지막 노트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천수의 몸이 용수철에 튕기듯 뒤로 젖혀졌다. 곁에 서 있던 한 여학생이 입술을 날린 것이다. 불에 덴양 화들짝 놀라 피하긴 했지만 이미 여학생의 거사가 뜻을 이룬 뒤였다. 여학생들이 일시에 배를 잡고 자지러질 듯 깔깔거리는 걸 보니 이미 작전을 짜둔 것 같았다.

이천수는 펜과 노트를 집어던지고 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숙소로 내달았다. 꾀돌이 이천수도 그 상황에서 만큼은 노련하게 대처할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스스로를 당돌하고 끼가 많다고 생각하는 이천수. 그는 자기보다 더 당돌하고 깜찍한 신세대가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앞으로 사주경계를 더욱 철저히 할 것 같다.

( 스포츠조선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