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하체다.

박찬호가 올시즌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한 훈련부족, 이에 따라 하체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한 투구폼에 있었다.

보름 이상의 휴식기를 거친뒤 지난달 24일 양키스전부터 박찬호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3연승을 달렸다.

착실하게 체력을 보충한 하체에 단단히 힘이 실렸고 자연히 투구의 리듬, 밸런스를 한꺼번에 회복했다.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해지면서 투구에 안정감을 되찾았다.

투구의 안정감이란 자기 페이스대로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말한다. 3일 휴스턴전서 박찬호는 6회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으나 아스무스를 삼진, 브럼을 병살타로 처리해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는 베스트의 박찬호가 보여줘야 할 모습, 보여줘 온 모습이다. 최근 연승경기서 8, 9번타자 상대 성적이 빼어나게 좋아진 것은 눈여겨 볼 기록이다. 드디어 박찬호가 아메리칸리그 마운드에 적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전반기 박찬호의 부진 패턴이 하위타선에서 실점하고 상위타선에서 무너지는 양상이었음을 되돌아본다면,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아메리칸리그 타선의 상대법을 몸에 익히는데 만만찮은 훈련 비용이 들었던 셈이다.

일단 3연승으로 틀을 잡은 박찬호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겠다. 브레이킹볼의 위력이 되살아난데다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은 자신감이 '플러스 알파'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슬로커브와 빠르고 예리한 각의 슬러브를 모두 던지는 투수다. 커브의 속도와 낙차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최근의 변화구 배합은 타자들이 예측하고도 당하는 패턴이 되고 있다.

몸값만한 활약을 못하는 동안 좌불안석이었던 팀내 입지가 연속적인 호투로 그 위상을 회복한 것도 반가운 호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