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강원도 영서지방의 행정·경찰·군 등 국가
기간통신망이 지난달 31일 밤부터 2일 낮까지 최소 10시간 이상 마비돼
있었다. 이 때문에 피해상황 파악 및 주민 대피, 응급 복구 및 구조 등에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통신망 두절은 이들을 연결시키는 한국통신의
유선망이 폭우로 유실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강릉시 전역을 침수시킬 수 있는 오봉댐 붕괴가 우려됐던 지난달
31일 밤부터 1일 새벽 사이 이 지역 국가기관 통신망이 모두 끊겨 주민
대피를 유도하고 피해현장 상황을 보고받는 등 비상 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군청 등 행정전화의 경우 31일 저녁 7시쯤부터
강릉·동해·태백·삼척·양양·속초·정선·고성지역이 불통됐다.
응급복구 작업으로 2일까지 강원도청에서 각 시청·군청까지는 복구가
됐지만, 이날 오후 현재 아직 시청·군청에서 동사무소·면사무소 등으로
가는 회선 중 일부는 불통이 계속되고 있다. 정선과 고성의 경우 2일
오전까지 전면 불통 상태가 계속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릉시는 행정 무선망을 이용해 무전기로
교신했으나 가시권(可視圈) 거리에서만 가능한 단거리용이라 실질적인
효용은 크게 낮았다. 지난 1일 오전 강릉시 왕산면 진입 도로가 산사태로
매몰되면서 전화 선로망이 두절되는 바람에 사고 신고가 이뤄져도 즉각
강릉시청에 보고가 안돼 구조대 출동이 몇 시간씩 지연됐다.
경찰 경비전화도 31일 저녁부터 강릉·삼척·동해·정선·고성·속초 등
6개 경찰서 242회선이 전면 불통됐다. 복구작업을 벌였지만 2일까지도
49회선은 불통되고 있다.
경찰은 경찰 무전망을 이용, 지방경찰청 각 경찰서 파출소 및 직원
개개인으로 이어지는 통신을 했으나 저지대 파출소 등은 교신이 되지
않았다. 특히 산간오지가 많아 무전기 사용이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강릉경찰서 이모 경사는 "강릉시내 경비·유선·무선전화가 1일 오전
1시30분쯤부터 완전히 끊겼다"며 "오봉댐이 터지면 주민이 몰살될
상황이었지만 시청 직원들이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대피방송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군(軍)도 통신망이 사실상 마비돼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방부·합참·육군본부·군사령부·군단·사단·연대 등
각급 부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군용 통신망(작전회선)의 경우 민간
전화국 시설을 사용하는 군단 사단, 사단 예하 부대 구간이 불통되면서
군단급 이상 부대와 사단 이하 부대 간의 교신이 한때 두절됐다.
22사단의 경우 31일 밤 11시부터 2일 오후까지, 23사단의 경우 31일
저녁부터 1일 낮까지 18~40시간 가량 불통됐다. 육군 관계자는
"군용통신망 불통 구간은 VHF통신 중계장비를 이용, 교신을 계속해 군
작전지휘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 F-5 전투기와 항공기 이착륙 유도장비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공군
강릉기지의 경우도 군용 통신망이 1일 저녁까지 불통, 공군본부 등에서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