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 바람이 가을의 서막을 알리기 무섭게 국제 바둑계에도 풍성한 잔치
판이 잇달아 펼쳐진다. 28일부터 유성 연수원에서는 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오픈이 개막되고, 뒤이어 내달 2일부터는 제1회 도요다·덴소
배 세계 왕좌전 2라운드가 도쿄서 거행될 예정. 초가을을 수놓을 양대
전장(戰場)을 미리 답사해 본다.

●삼성화재배

제7회 삼성화재배가 한국 기사 13명 등 세계 열강 32명이 출전한 가운데 28일 유성 연수원서 개막된다. 사진은 지난해 대회 1회전 대국 광경.

우승 상금 2억원의 매머드급 대회. 96년 원년 대회 때만 일본
요다(依田紀基)가 우승했을 뿐, 이후 5년간 한국 기사가 독점해온
무대다. 중국은 99년 한 차례 준우승이 고작. 그러나 올해 대회는 한·중
간의 치열한 패권 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대회 출전자 수는 중국이 14명으로 한국(13명)을 앞선다.
주최국보다 외국 선수가 많은 경우는 세계 바둑대회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달 말 통합 예선서 중국은 대거 10명이 본선 티켓을
확보, 6장에 그친 한국을 압도함으로써 시드자를 포함하고도 이같은
결과가 발생했다.

한국은 이 대회 3연패(2~4회)에 빛나는 이창호를 비롯 유창혁(5회)
조훈현(6회) 등 역대 우승자들이 주축이다. 한 달전 후지쓰배를 제패한
이세돌도 있고, 서봉수 최명훈 박영훈 최철한 등 신구가 조화를 이룬다.
최원용(18), 박진솔(16) 두 초년병의 '초단 돌풍'도 기대해볼 만 하다.

중국은 창하오(常昊) 왕레이(王磊) 위빈(兪斌) 등의 중견과 콩지에(孔杰)
후야오위(胡耀宇) 치우쥔(邱峻) 펑첸(彭筌) 등의 신예를 믹스한
'인해전술'을 예고하고 있다. 3회 대회 준우승자인 마샤오춘(馬曉春)이
빠진 것이 옥의 티. 72명이나 나선 통합 예선서 단 1장의 티켓도
추가못한 일본은 왕밍완(王銘琬) 하네(羽根直樹) 등 5명이 나서지만
한·중 양국에 비해 질과 양 모두 초라한 느낌이다. 대진은 개막 하루
전인 27일 결정되며 KBS 위성 1TV 및 인터넷 사이트
사이버오로(cyberoro.com), 타이젬(tygem.com)이 실황 중계 예정.

●도요다·덴소 배

지난 3월 제1회 도요다 ·덴소배 개막식 때 각국 대표 32명이 소개되고 있다.

우승자에게 3천만엔과 승용차 1대가 주어지는 2년 주기 국제 대회.
침체에 빠진 일본이 지난 3월 의욕적으로 출범시켰지만 1회전서 13명 중
단 4명만이 살아남아 있다. 7명씩이 배정된 한국과 중국의 16강 진출자는
각 5명. 중남미 대표 페르단드 아길라(아르헨티나)와 홍콩의
양스하이(楊士海)가 나머지 두 자리를 채웠다. 이번 2라운드는 9월 2일
16강전, 4일 준준결승, 6일 준결승을 치러 내년 초 열릴 결승 진출자를
가리게된다.

한 중 일 3강이 외견상 숫적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이 대회 역시 한·중
대결로 좁혀질 공산이 크다. 일본을 대표할만 한 강자들이 대거 탈락한데
반해 한 중 양국은 대부분의 스타들이 전원 출격하기 때문이다. 다만
2회전서는 대체로 약자들과 2회전을 치르게 된 것이 그나마 일본의
위안꺼리.

한 중 양국의 16강전 진출자 5명 중 각 4명씩이 2회전서 맞대결하게 된
것도 절묘하다. 조훈현은 과거 세 차례 만남서 전승했던 상대인 왕레이
八단과 맞설 예정. 유창혁도 16강전 파트너인 샤오웨이강(邵 剛) 九단과
한 차례 싸워 이긴 기록을 갖고 있다.

세계 챔피언 명단에 갓 이름을 올린 이세돌은 중국 1인자 창하오와 8강을
다툰다. 통산 1승 3패의 열세를 설욕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 이밖에
1회전서 일본 간판 요다를 KO시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여전사 박지은
三단은 위빈을 상대로 또 한번의 신화에 도전한다. 한국 기사 중엔
이창호가 유일하게 일본의 최고 신예 야마시타(山下敬吾) 七단과 첫
상면을 통해 원년 우승을 조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