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학생에게 "공부 좀 작작하라"고 했다. 더 황당한건 그 말을 듣고 학생이 자율학습 시간을 오히려 늘렸다는 사실이다.
애리조나 김병현(23ㆍ사진)과 코칭스태프 사이에 신경전 아닌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김병현의 끝없는 '향학열'이 원인이다.
애리조나의 척 니핀 투수코치는 시즌 중반 이후 김병현에게 "연습투구 시간과 갯수를 줄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권해왔다. 투수진에서 체력 소모가 가장 많은 주전 마무리의 고충을 생각해 몸을 푸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피칭만 하고 실전에서 힘을 쓰라는 의도였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사실 마무리투수는 거의 매일 불펜에서 몸을 푸는게 곧 훈련이기 때문에 선발투수와 달리 시즌중에는 별도로 시간을 내 피칭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끝내기 만루홈런 포함 홈런 3방으로 무려 7실점했던 지난 6월 26,28일의 '휴스턴 대참사' 이후 니핀 코치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러면 최근 김병현의 훈련시간은 줄어들었을까. 아니, 줄기는 커녕 오히려 전에 없던 과목까지 등장했다. 지난 21일(한국시간) 뱅크원볼파크의 신시내티전에 앞서 김병현은 이례적으로 경기전에 30개의 공을 던졌다. 체력이 남아돌고 아직 어깨가 달궈지지 않은 시즌 초반에는 가끔 있는 일이었지만 후반기에는 처음 실시한 경기전 피칭이었다. 그리고 그날 9회에 등판해 또다시 22개의 공을 던지며 시즌 30세이브째를 따냈다.
큰 점수차로 이기는 바람에 등판하지 않았던 22일에도 경기후 피칭과 마무리훈련은 빠지지 않았다. "경기에 나가지 않은 날은 반드시 따로 피칭을 해 남은 힘을 다 소모해야 잠이 온다"는 것이 지론. 최근에 김병현은 "미국 선수들은 나에 비해 훈련을 훨씬 덜한다. 그러나 타고난 체력이 그들과 다른 나로서는 냉정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두배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을 해 숙연한 기분이 들게 한 적도 있다.
다른 건 몰라도 훈련량에 관한 논쟁에서는 코칭스태프가 두손 들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