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확 전 국무총리는 언젠가 TV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를 말하기
전에, 그 분은 돈에 대해서 깨끗했으며 서거 후에 돈을 남긴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박 대통령의 가족관계를 담당했던
권상하씨가 필자에게 털어놓은 바로는 박 대통령은 누님을 만나주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고향(구미)에 내려가셔서 조용히 계십시오. 내가
하야하면 잘 모시겠습니다"라는 말을 권 비서관을 통해 수차례 전해
들은 누님의 분노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누님은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왜 박탈하느냐"고 박 대통령을 여러번 원망했다는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은 조카가 새나라자동차 석 대를 갖고 서울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시 비서실장과 권상하 비서관을 대통령 집무실로
불러 노발대발 호통을 쳤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사람들아! 그
놈(조카)이 전에 벽돌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무슨 돈으로
새나라자동차 석 대를 사 서울에서 영업을 하고 있단 말인가? 당장
새나라자동차를 압수하라"고 지시했다.
그때 권상하 비서관은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물러나겠습니다" 하고
사표를 내고 청와대를 떠났다. 많은 국민이 박 대통령을 존경하고
추모하는 것은 돈과 가족관계를 깨끗하게 다스렸다는 것이 큰 이유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 이후의 대통령들은 돈 아니면 가족관계에 있어서 온 국민의
원성을 받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호랑이처럼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 못할망정 존경받기는 고사하고 죽어서 오명(汚名)을 역사에
남긴다는 것은 대통령 자신의 불행은 물론 대한민국의 수치요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라면 모름지기 생전에 부정축재에 대해 깨끗이
청산하고 죽은 후에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천리(天理)를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늘어만 가는 비리를 척결할 수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너도 나도 나서고 있는데 걱정스럽기만 하다.
( 金相文/동서문화사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