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최고'를 돕는다.

애리조나 김병현(23)이 메이저리그 최강 '원-투펀치'의 절대적인 도우미로서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애리조나의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은 19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각각 20승4패와 18승4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1,2위를 점령하고 있다.

둘의 초고속 승수쌓기는 철벽 마무리 김병현이 없었더라면 도저히 불가능했을테고, 김병현도 양대 에이스를 만난 덕에 29세이브를 올렸으니 말하자면 공생관계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의존도를 굳이 따진다면 김병현보다는 존슨과 실링쪽이 훨씬 더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것은 기록이 말해준다.

김병현은 실링의 20승 가운데 7세이브, 존슨의 18승 가운데 6세이브를 거들었다. 둘의 승수가 워낙 많으니 그 정도 세이브는 당연하다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19일 현재 메이저리그 최다인 6개의 터프 세이브(동점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따낸 세이브)를 따낸 김병현은 이 가운데 5개를 실링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솎아냈다. 동점 내지 역전주자를 내놓고 강판된 뒤 가슴졸이던 실링을 벼랑끝에서 구해낸게 5차례나 된다는 얘기다. 실링은 지난 17일 리글리필드 시카고 커브스전에서도 2-1로 앞선 9회말 2사 1루에서 김병현에게 마운드를 넘겨 20승째를 완성했다. 나머지 1개의 터프 세이브는 존슨이 선발등판한 지난 4월 27일 플로리다전에서 건졌다.

'터프세이브(tough save)'는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마무리투수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덕목중 하나다. 구원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인 롤레이즈포인트에서도 보통 세이브보다 1점 더 많은 3점을 준다.

실링은 평소 김병현에게 자신의 주무기인 스플릿핑거패스트볼을 가르쳐주고 온갖 조언도 서슴지 않는 으뜸 동반자다. 하루에 한두마디 할까말까하는 조용한 성격의 존슨은 최근 "겨울에 광주의 너희집으로 놀러갈테니 준비하라"고 웃으며 농담을 했을 정도로 김병현에게는 마음을 열고 지낸다.

천하의 '원-투펀치'가 김병현을 이처럼 아끼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 스포츠조선 박진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