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온도를 1도만 높이면 한해 2조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에어컨
온도 27도를 지킵시다. 가정에서 실내온도 1도 낮추려고 발전소 1개를 더
지어야 하겠습니까."
지난 13일 오후 3시 인천 남구 관교동 신세계백화점 앞길. 하루종일
행인들로 북적이는 이곳에 40여명의 주부들이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이들은 에너지시민연대 회원들. 여름철 찜통더위를 피하려고
에어컨을 오용(誤用)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에너지 낭비와 환경 부담을
불러온다는 점을 알리는 캠페인이었다.
이날 에너지시민연대가 나눠준 홍보물을 받아든 주부
이정선(李貞善·46)씨는 "온도가 35도까지 치솟는 날에는 에어컨을 팡팡
틀었었는데,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드는지는 몰랐다"며 "앞으로는 적당한
실내온도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녹색소비자연대와 인천녹색연합이 인천지역의 관공서, 백화점, 은행
등의 올 여름 실내온도를 조사한 결과, 과냉방(過冷房)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양구 그랜드마트와 부평구 이마트의 실내온도는 평균
22도로,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인 27도보다 한참 낮았다. 인천지하철 객차
안의 온도도 23~24도로 측정돼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시·구청 민원실의 온도가 25도를 밑돌았고, 은행 역시
적정온도보다 4~5도 낮게 조사됐다.
녹색소비자연대 김정아(金貞雅·33) 실장은 "은행이나 대형유통매장의
경우 서비스 차원에서 온도를 낮춘다고 변명하지만, 실외온도가 높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실내가 적정 온도를 훨씬 밑도는 것은 낭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냉방은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쳐, 이른바 냉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요즘 들어 병원에는 에어컨 때문에 여름감기에 걸리거나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길병원 이선녀(李仙女·가정의학과) 교수는 실·내외 온도차가 5~8도가
넘으면 레지오넬라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며 "두통, 메스꺼움,
피로, 근육통 등의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냉방병을 막기 위해서는
에어컨을 적정온도에 맞추고 보름에 한번꼴로 필터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의 김혜영(金惠映·31) 팀장은 "에어컨을 26~28도에
맞춰 사용하더라도 선풍기를 같이 쓰면 에너지 낭비를 30% 줄일 수
있다"며 "대형유통매장과 은행들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
가정에서의 실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