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 계획이 일보 전진과 일보 후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은 10일 이라크 공격이 임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사상최대의 기동훈련이 시작됐고, 워싱턴에서는 이라크 반정부 지도자들이 미국 관리들과 회동을 갖는 등 미국의 사담 후세인(Hussein) 이라크 대통령 축출 계획이 진전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라크 공격 시기와 방법론을 둘러싸고 부시 행정부 참모들 간에 ‘즉각공격론’과 ‘신중론’이 맞서고 있고, 여론의 지지가 미흡한 데다 독일 등 동맹국들의 반대에 부딪혀 미국의 이라크 공격계획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 ‘이라크는 달리 증명될 때까지는 적’

고향인 텍사스주에 있는 자신의 크로포드 목장에서 휴가 중인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는 달리 증명되지 않는 한 계속 적(敵)이지만, 이라크 공격 일정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이라크전에서 발생할 미군 피해에 대한 대비가 됐는지 여부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미국인들이 대량살상무기를 후세인 같은 지도자의 손에 맡겨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CNN방송이 5~8일 미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왜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고려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한다’고 응답한 반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응답자는 44%였다.

◆ 이라크 공격, 가까운 장래에 결정되지 않을 것

시사주간지 타임은 10일 인터넷판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는 없을 것이며, 2003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타임은 부시 대통령은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의회의 대응 등을 고려해 이라크 공격 일정을 수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타임은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Rice)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콜린 파월(Powell) 국무장관의 온건노선과 도널드 럼즈펠드(Rumsfeld) 국방장관의 강경론 사이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동맹국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행정부 내 이견을 조정하며 이라크 공격 결정을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후세인, “무기사찰 무제한 허용”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의 모든 결의안을 준수하고 사찰단에 모든 장소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후세인 대통령은 영국 주간지 ‘더 메일(Mail)’ 11일자 조지 갤로웨이 영국 노동당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4년 전 철수한 사찰팀에 보여주지 않았던 장소를 포함, 이라크내 모든 시설·장소에 대해 “자유로운(unfettered)” 접근을 허용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전과 이라크 지지 여론을 주도해온 갤로웨이 의원은 지난 8일 바그다드의 한 지하벙커에서 후세인 대통령을 만났다고 메일은 전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어 자신과 이라크 국민은 미국의 공격 위협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워싱턴=姜仁仙특파원 insu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