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40년 동안의 경제성장을 통해 철강·반도체·조선·정보통신
등에서 세계 5대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시에 권위주의 정권에서
민주정부로 평화적인 교체를 이룬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외교력·정치력이 경제력 수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에서 한국의 21세기 번영과 생존을 위해 외교·정치 역량
강화가 긴요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이 경제 성장을 원동력으로
근현대사 사상 처음 동아시아의 외교적 '객체(object)'가 아닌
'주체(actor)'로 활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더 이상 주변 강대국들의 싸움터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향방을
창조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지역적·세계적 차원에서 외교 강국이 되려면 최소한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한국은 주변 4대 강국간
협력의 촉매제이자 조정자(broker)로서 독특한 위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중국, 중국·일본 간의 안정적인 협력관계 창출에
성공할 경우, 한국의 외교 역량과 국제적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또 한국은 나름의 성공 스토리를 해외에 수출, 홍보함으로써 외교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함께 이뤄낸 '한국
모델'은 중국·인도네시아 등도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

끝으로 한국은 협의(狹義)의 국가이익 추구를 넘어 세계 공통 과제에
관심을 보이고 적극 참가해야 한다. 국제기구·민간조직(NGO) 등에 대한
지원과 민간차원의 각종 국제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성숙한
리더십 발휘가 요청된다.

한국의 외교 G-10 진입은 21세기 한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동아시아에서 건설적인 영향력 확대를 지향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 외교·정치권은 물론 전 국민적인 관심과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아시아재단 한국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