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한국 관객을 찾는 '쓰리(Three)'는 한국·태국·홍콩 3국의
감독들이 모여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제작과 투자에도 3개국 모두
참여한, 명실상부한 합작영화로서 이는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시도다.
감독들은 자국의 내로라 하는 흥행감독들이지만 주력하는 장르가 각각
다르다. 한국의 김지운(38) 감독이 '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
코미디로 입지를 굳힌 경우라면, '잔다라'를 만든 태국의 논지
니미부트르(40)는 에로 영화에 강하다. '금지옥엽'과 '첨밀밀'의
홍콩 감독 진가신(40)은 자타가 공인하는 멜로 영화의 대표주자.
'쓰리'는 최초 아이디어를 낸 진가신의 주도하에 이들 3감독이 "각각
40분 분량의 호러 영화를 만들자"는 약속 외에 어떠한 제약도 두지 않고
각자 작업한 결과물이다.
#‘메모리즈(Memories)’ : 한국 신도시의 살풍경
'메모리즈'는 기억을 잃고 자신의 집을 찾아 헤매는 아내(김혜수)와
사라진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정보석)의 이야기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신도시 아파트에 갓 입주한 남편은 어느날 아내가 갑자기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아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는 남편은 갖가지 환영에
시달리고, 낯선 아스팔트 도로 위에 누운 채 깨어난 아내는 지갑 속의
세탁소 전표 하나를 들고 이사간 집을 찾기 시작한다.
김 감독은 난개발중인 신도시의 살풍경을 칙칙한 블루 톤으로 일관되게
담으면서 공포심과, 주인공들의 신경쇠약증을 표현한다. 지난 8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수지 지역의
모델하우스에서 목격한 신혼 부부의 표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며
"상류층에의 신분상승 욕구가 내면화된 중산층 부부의 비극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휠(Wheel)’ : 태국 농촌지역의 ‘저주’ 사상
논지 감독의 '휠'은 3작품 중 자국의 문화적 색채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작품이다. 유일하게 도시 아닌 농촌 지역을 배경으로 했고 전통
음악을 사용해 공포감을 돋운다. 태국의 정교한 꼭두각시 인형극의
장인(匠人) '타오'는 온몸이 마비되는 중병에 걸리자 자신의 인형이
저주를 내렸다고 여기고 아내와 아들에게 인형을 버리도록 시킨다.
그러나 모자는 물에 빠져 죽고 자신도 원인 모를 화재로 불타 죽는다.
와중에 타오의 인형을 훔친 '통'은 부자를 꿈꾸지만 인형극을
준비하면서 끔찍스런 죽음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탐욕과 저주를 메시지로 삼아 태국의 화려한 전통 의상과 절도 있는 전통
춤이 볼거리인 이 영화에 대해 논지 감독은 "실화에 바탕했다"며
"태국의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저주 또는 업보사상이 뿌리 깊다"고
말했다.
#‘고잉홈(Going Home)’ : 홍콩의 정체성
'고잉홈'은 아내의 시체와 3년 동안 함께 생활하고 있는 한의사
'위'(여명)와 그를 자기 아들의 유괴범으로 의심하는 어느 경찰관
'천'(증지위)이 3일간 겪는 이상한 경험을 다룬 영화다. 공간적 배경은
입주민들이 딴곳으로 모두 빠져 나간 철거 직전의 아파트(중국 반환
이후의 홍콩을 상징). '천'은 이사온 직후 아들이 사라지자 유일한
이웃 '위'에게 혐의를 두고 그 집에 잠입하지만 곧 감금된다. 놀랍게도
'위'는 각종 약초를 이용해 죽은지 3년 된 아내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진 감독은 공포 보다는 멜로에 더욱 중점을 뒀고, 왕가위 감독과
'중경삼림' 등을 함께 찍어 유명해진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은 매우
'깊은' 영상으로, 반전(反轉)의 충격과 감동을 제공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하나(One)가 되지 못한 셋(Three)
그러나 불행히도 이 세 작품은 공포영화라는 점 외에 전혀 공통의 요소나
연결 고리를 갖지 못함으로써 (이 점에서 제목 '쓰리'는 정직하다)
옴니버스 영화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진 감독은 이와
관련, "홍콩이나 한국의 영화를 한번도 보지 못한 태국 관객이 태반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며 "아시아 영화시장에 존재하는 관객의
갭(gap)을 메우는 선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3국 가운데 가장 먼저 개봉(7월 12일)한 태국에서는 3일
동안 3200만바트(약9억2000만원)의 입장수익을 올려, 역대 태국영화
흥행순위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