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적극 나서서 오소리가 돈이 된다고 홍보할 때는 언제고 뒤늦게
판매를 금지시키면 저희 사육농가는 어쩌란 말입니까."
96년부터 오소리를 키워온 김형철(63)씨는 9일 국가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오소리 사육을 고수익 사업으로 적극 홍보한
정부가 막상 오소리를 식·약용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정부 산하기관인 임업연구원과 축산기술연구소는 지난 95년부터
"오소리를 '작은 곰'에 비유하면서 쓸개가 웅담과 비슷한 성분을 갖고
있어 식·약용으로 사육할 경우 큰 수익을 얻는다"며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냈다. 정부가 하는 말이라 철석같이 믿었던 김씨는
이듬해부터 그동안 해오던 개인사업을 접고 재산과 시간을 오소리 사육에
쏟아부었다.
경기도 오산에 600여평의 사육장을 만들어 오소리 66마리를 키우기
시작한 사업은 지난해 사육두수만 430마리로 늘었고, 그동안 투자한 돈은
8억원에 달했다. 김씨는 또 '오소리로 만든 막걸리'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고, 고가에 수입되고 있는 오소리 화장품도 개발했다.
김씨는 그러나 막상 오소리를 식·약용 상품으로 판매하려했지만
식약청으로부터 "오소리는 전통적으로 먹어 온 음식이 아니다"는
이유로 판매해선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는 4년 넘게 청와대,
농림부, 환경부, 식약청 등 정부기관에 수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부처마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서로 떠넘기기 답변만 들었을
뿐이었다. 김씨는 지금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매달 400만원의
사료비를 쏟아붓고 있다.
오소리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씨는 "전국적으로 1600여 농가가
똑같은 처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