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도시에서 동북아의 관광 허브(핵심 거점)로의 도약을 꿈꾸는 홍콩의 야경.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도시를 수놓고 있다.

‘2005년 이후 아시아 관광왕국의 패권을 잡아라.’

13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 시장을 배경으로 홍콩과 마카오, 중국
광둥(廣東)성 도시들 간의 '관광 패권'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반경 100~200㎞ 안에 국제공항만 5개에 달할 정도로 풍부한 교통
인프라를 무기로 세계적인 테마공원과 카지노, 골프장, 가족용
복합레저단지 개발 경쟁을 벌이며 동북아의 관광 허브(hub·핵심거점)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아시아의 '관광 허브' 쟁탈전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곳곳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소리 없이 2005년 이후 패권을
준비하고 있다.

홍콩 시내 센트럴(中環) 부두에서 여객선으로 30분을 가면 '홍콩
디즈니랜드' 건설현장(란타우섬·大嶼島)이 나온다. 홍콩 정부가
란타우섬 페니만(Penny's Bay) 250여만평의 바다를 매립 중이지만,
내년부터는 월트 디즈니(Walt Disney)사(社)가 본격적으로 '환상의
디즈니 세계' 내장 공사에 들어간다.

◆ 홍콩 디즈니랜드, 관광허브 경쟁 촉발=홍콩 디즈니랜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디즈니랜드'와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의
아시아판(版). 여의도 3배 규모 땅에 마술의 왕국(Magic Kingdom),
환상의 나라(Fantasyland), 미래의 나라(Tomorrowland), 모험의
나라(Adventureland) 등 신비한 디즈니 세계가 태평양을 건너온다.

홍콩 첵랍콕 공항에서 불과 11㎞ 거리. 버스·승용차로 10여분. 홍콩
도심에서도 15㎞ 거리다. 홍콩 디즈니랜드의 기획담당 에밀리 웡은
"2005~2006년 개장 첫해 560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간 입장객이 1000만명을 웃돌면 즉시 2~3기 프로젝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한 해 홍콩을 찾은 외국인들은 1372만명으로 이 중
중국인들만 410만명에 달했다. 홍콩 관광청 보니 얜(顔雪芳) 국장은
"세계관광기구(WTO) 예상으로는 2010년 2250만명, 2020년 5600만명이
홍콩을 찾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콩 디즈니랜드의 총투자비는 280억 홍콩달러(4조7000억원)로 2005년 말
완공 예정. 홍콩 정부가 57%의 사업비를 댄다. 홍콩 디즈니랜드의 돈
로빈슨 사장은 "개장 후 고용·관광수입 등을 합쳐 연간
190억달러(미화·22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전 도시의 관광상품화=홍콩은 디즈니랜드 개장에 맞춰 란타우 섬
정상~첵랍콕 공항간 5.5㎞의 케이블카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사업비
7억5000만 홍콩달러(1조2700억원)인 또 다른 대역사(大役事). 홍콩
해양공원(Ocean Park)도 디즈니랜드 개장과 때를 맞춰 미국의 시
월드(Sea World)식 '해양 놀이공원'으로 탈바꿈한다.

도심 센트럴(中環)·완차이(灣仔), 구룡반도의 서구룡지역도 완전
재단장할 채비다. 홍콩 관광청의 보이드 펑(馮鈺輝) 경리는 "2007년이면
42억 홍콩달러(7100억원)를 들여 만든 쾌적한 홍콩의 새 도심공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말 88층짜리 국제금융센터(II)가,
2008년 말 102층짜리 유니온 스퀘어가 완공돼 홍콩 스카이라인도 바뀐다.

’도박의 도시 ’마카오는 홍콩 디즈니랜드에 맞서기 위해 올해부터 카지노업을 외국업체에 개방했다.사진은 마카오 최대 카지노인 리즈보아의 화려한 네온사인./마카오=<a href=mailto:santafe@chosun.com>/이광회특파원<

◆ 마카오, 41년 금기 깨고 카지노 유치=홍콩에서 배로 1시간 거리인
마카오(Macau) 특별행정구. '도박의 도시'인 이곳은 올해 벽두
'41년의 금기(禁忌)'를 깼다. 카지노업의 대외 개방이었다. 마카오는
1961년 카지노업을 허용했지만 11개 카지노 모두를 '스탠리 호(Stanley
Ho)'라는 1인 지배체제에 가둬뒀다. 마카오 도박 수준은 늘 답보
상태였다.

그러나 홍콩이 '디즈니랜드'로 치고 나오자, '세계의 도박 도시'로
변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티브
윈(Steve Wynn)과 미국 굴지의 카지노 '갤럭시'를 이끄는
베니션(Venetian) 그룹이 마카오 카지노를 라스베이거스 수준으로
끌어올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120억 홍콩달러(1조400억원)를 투자,
1만8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한다.

마카오의 자전거 관광 가이드인 천즈차오(陳志超·45)는 "침체돼 있던
마카오 경기가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카지노들이 빨리
들어와 관광객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마카오
정부는 최근 싱가포르 실크에어 항공사와 주 2회 동남아시아~마카오를
연결하는 항로 개설에 합의했다.

◆ 중국의 휴양지, 주하이=홍콩 서쪽, 마카오 북쪽, 주장(珠江)
하구(河口)에 있는 중국 경제특구 주하이(珠海). '진주 바다'라는
이름대로 도시 전체가 공원이다. 날씨도 따뜻해 중국 부자들이 겨울철
쉬는 휴양지로 중국의 플로리다, 캘리포니아로 불린다.

인근 중산(中山)시와 함께 중국 남부 관광 거점도시를 목표로 한
주하이는 지난달 관광산업 국제회의를 개최, 큰 실적을 거뒀다. 미국 IED
인터내셔널·호주 키드코(Kidko) 등 13개 다국적 업체들이 무려 60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에 사인을 한 것. 저우번후이(周本輝) 주하이 부시장은
"홍콩 디즈니랜드가 문을 열면 매일 5만명의 중국인들이
홍콩·마카오·주하이로 내려올 것이며, 이는 주하이를 관광도시로 키울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 주장 삼각주 관광권 통합=중국 남부 광둥성·홍콩·마카오 일대는
'주장(珠江)삼각주'로 불린다. 주강은 양쯔강·황하와 함께 중국의 3대
젖줄기. 최근 단일경제권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홍콩~마카오~주하이를
잇는 해저 터널이 검토되고 있다. 관광권도 자연스레 통합되는 분위기다.

홍콩 구룡반도의 중강(中港)터미널, 홍콩섬의 강아오(港澳)터미널.
이곳은 홍콩과 중국 선전(深 )·주하이·서커우(蛇口) 등 주장삼각주를
거미줄처럼 연결한다. 마카오~홍콩 여객선은 이미 매 15분 간격으로
24시간 개방돼 있다. 돈을 더 주면 헬리콥터로 날아갈 수도 있다.
홍콩~주하이 등 기타 여객선 노선도 늘고 있다.

◆ 거대 관광권, 한국에 큰 위협=홍콩은 디즈니랜드를 전략상품으로
내세운다. 마카오는 도박의 세계화를 선언했다. 주하이는 중장년층을
상대로 한 '전원풍의 깨끗한 휴양도시'를 주전략으로 삼았다. 이들은
동시에 자기 시장 지키기도 열심이다. 홍콩은 올해부터 해외 도박을
불법화했다. 홍콩인들의 마카오행을 막자는 취지다. 마카오도 자체
놀이공원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관광공사 최승환 홍콩지사장은 "2005년 이후
홍콩~마카오~주하이를 묶는 패키지 관광상품이 나오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 붐이 주춤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인들이 홍콩 디즈니랜드
개장 후에도 한국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를 좋아할지 미지수"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주하이(珠海)·마카오·홍콩=李光會특파원 santaf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