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 지점들이 담합해 자기 은행에 계좌가 없는 고객들의
공과금 수납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서울 및 수도권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산발적으로 시작된 공과금
수납 거부는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게릴라식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수납 거부는 수납수수료를 둘러싼 공과금 부과기관과 은행 간의
분쟁에서 빚어진 것으로, 시민을 볼모로 한 양측의 힘겨루기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회사원 안모(33·서울 강남구)씨는 지난달 31일 재산세를 내기 위해
경기도 분당 서현동에 있는 한 은행에 갔다가 수납을 거절당했다. 안씨는
"수십년 동안 문제 없이 받아왔는데 무슨 일이냐"고 항의했지만
창구직원은 "규정에 따라 못 받는다"며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분당에
거주하는 김모(34)씨는 "여러 은행이 함께 수납거부를 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이렇게 담합을 해도 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올 들어 서울 구로구 대방동, 광진구 자양동,
경기도 일산 등의 주민들로부터 '동네 은행들이 공과금 수납을
안한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각 은행 본점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본점 차원에서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며 "직원 1인당 수익성 향상에 쫓기는 지점장들이 자체적으로
수납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일상 업무를 보는 데 직원 2명만 있으면 되는 점포도 공과금 수납
때문에 1~2명의 창구직원을 더 두는 경우가 많다"며 "수지를 맞추려면
1건당 수수료가 500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한국통신·국민연금·건강보험 등 '4대 공과금
부과 기관'은 작년 1건당 수수료를 40원대에서 140원대로 대폭 인상했기
때문에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은행들이
소비자를 볼모로 해 대납 수수료도 올리고 자동화시스템 이용도
강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지난 4월 이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으며, 이후 협상이 중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