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면제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은 결정적인 물증이 확보되지 않는 한
무성한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와
한나라당 간의 맞고소·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로 명쾌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주장이 아니라 물증이 될만한 것은 파기의혹이 제기된 정연씨의
신검부표 위·변조 의혹이 제기된 병적기록부 이 총재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가 병무 관련자에게 줬다고 김씨가 주장한 1000만원
이상의 돈 이런 내용이 담겼다는 녹음 테이프 등이다.

신검부표는 이미 존재하지 않아 이를 통한 입증이 불가능한 상태. 파기
경위를 놓고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뿐이다. 김씨와
민주당은 "97년 병역문제 은폐 대책회의 이후 파기한 의혹이 있다"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보존연한 때문에 96년에 파기했고 증빙기록을
남기지 않아 담당자를 징계했다"고 맞섰다.

병적기록부 위·변조 의혹은 가필여부에 대해 입증이 가능하지만 과연
누가 했는지를 밝혀내기 힘들어 보인다. 역시 음모론 등으로 양쪽 주장이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크다. 한인옥씨의 금품공여 주장도 병역면제
시점이 지난 91년이라 자금추적 등을 통한 입증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녹음테이프가 열쇠가 되겠지만, 설사 테이프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녹음됐는지에 따라 증거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김씨는 이와 관련, 검찰의 병무비리 수사에 민간인 신분으로
참여할 당시 피조사자로 불려온 병무 관련자들의 진술을 녹음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전언(傳言) 진술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인데, 그럴 경우 검찰은 녹음테이프를 확보하더라도 검증을 한 번 더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속전속결 전략에 차질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지만
돌발변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령 제3의 인물의 양심선언
같은 것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