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의 '원조'로 꼽히는, 19세기 초 영국 작가 매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하루 이틀 차로 나왔습니다. 미래사(오숙은 옮김)가
낸 것은 까만 표지, 인디북(서민아 옮김) 것은 하얀 표지인데, 제목은
똑같이 빨간 색으로 뽑았군요.
두권을 들고 짖궂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쪽이 더 읽기 좋을까?
번역은 어느 쪽이 나을까? 종이색이나 글자체는 어느쪽이 더 편하게 눈에
들어올까? 마침 두 권 다 94년 퍼핀북스판을 번역한 것이기에 더
흥미롭더군요.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진부한 정의(定義)가 정말 실감나는 비교
독서였습니다. 한국말에 담긴 위계(位階)가 얼마나 고유한 문화인지도
절감합니다. 두 책의 첫 차이는 본문 바로 첫장에서 시작됩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발견한 월튼 선장의 편지입니다. 미래사 판은
오빠가 누이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로 설정됩니다. 짧고 힘있는, 남성적인
문장이지요. 물론 반말투입니다. 대조적으로 인디북 판은 남동생이
누나에게 쓴, 나긋나긋한 경어체 문장입니다. 호기심이 치밀어올라,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펭귄 클래식스의 영문판을 사보았습니다.어디를 보아도
선장이 오빠인지 남동생인지 알 도리가 없더군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한 괴물은 추한 외모 때문에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 사납고 그악한 살인마로 변해갑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의 대화 역시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극명한 위계적 관계를
드러냅니다. 미래사 판은 괴물이 박사에게 "하소"체로 말하고 박사는
반말로 합니다. 인디북에선 괴물이 박사에게 존댓말을 하죠. 박사와 함께
자란 연인 엘리자베스가 결혼을 앞두고 보낸 편지 역시 재밌는 비교점을
보입니다. 미래사판에선 반말로, 인디북판에선 존댓말로 쓰고 있군요.
번역자의 '설정'에 따라 한국 독자들은 등장인물의 위계 관계를
원작과는 다른 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생명창조'란 신의 영역에 감히 발을 들여놓았던 프랑켄슈타인박사는
철저히 파멸합니다. 미추의 외피에 집착했던 벌일 수도 있지요.
유전자변형 식품이나 복제양 정도는 이야기도 안되는 세상. 이젠 인간
복제가 이뤄지고 있는21세기 벽두에 다시 읽는 '프랑켄슈타인'의 맛은
각별했습니다. 셸리의 만연체 문장을 툭툭 끊어 단문으로 옮기면서도
원작의 화려한 문체를 최대한 살린 것은 미래사판이고, 부드러운
이야기체로 옮기되 장식을 쳐낸 것은 인디북 판입니다. 어느 쪽을
택하실지는 독자들 몫이겠지요!
(박선이 Books팀장ㆍsunnyp@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