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장상(張裳) 국무총리서리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부결 사태가 정부조직법상 국무총리 대행 지명
요건인 '사고'로 규정할 수 없다는 법 해석 아래 총리대행을 임명하지
않고, 내주 중 총리서리를 재지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차기 총리서리가 지명되기 이전까지는 총리 부재 상태가 돼,
법률안 제·개정, 국회통과 법률안 공포를 위해 필요한 총리의
부서(副署)도 불가능하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총리의 부서 없이도
국무위원의 부서와 대통령의 재가 및 공포로 법률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총리의 부서가 없는 법률안이 무효라는 주장도
적지않아, 총리 부재 상태의 법률안 처리의 합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일부 헌법학자들은 또 현행 정부조직법상으로도 총리서리 인준동의안에
대한 국회부결 사태를 포괄적 의미의 사고로 해석, 총리대행을 지명할 수
있는데도 대행을 임명하지 않고 법률상 아무런 규정이 없어, 위헌 시비가
일고 있는 총리서리를 지명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총리
부재 자체가 위헌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2000년 5월 19일 박태준(朴泰俊) 국무총리의 사표를
수리했을 때는 후임 총리 인선 때까지 당시 선임 장관인 이헌재(李憲宰)
재경부 장관이 총리직을 대행토록 했었다. 때문에 이런 선례에도 불구,
이번에 '대행지명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총리 부재 사태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정치권에 전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정부조직법은 '국무총리가 사고로 인해
직무수행을 할 수 없을 때 경제·교육부총리 순으로 직무를
대행토록(22조)' 규정하고 있으나, 헌법학자들은 헌법상 사고를 총리의
교통사고 휴가 해외여행, 회의출석차 출국 탄핵에 의한 업무정지로
제한해 해석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은 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총리직무대행 지명이 불가능하다는 게 법무부
유권해석"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2000년 5월의 총리대행 지명이 헌법·법률의 엄격한 해석에
따라 제대로 한 것 같지 않다"고 말해, 현정부 내에서 비슷한 사안에
대해 법률적 해석을 달리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혼란상과 관련, 헌법학자들은 차제에 정부와 정치권이 법을
재정비해, 총리서리제의 위헌 시비와 총리직무대행 가부 논란에 따른
국정 난맥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총리서리제에 대해서는 위헌론 시비를 막기 위해 총리지명자가 국회
인준을 받은 뒤 직무수행을 할 수 있게 하고, 새 정권 출범 첫
조각(組閣) 때는 대통령 당선자가 총리내정자를 지명해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