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한 기아 이대진(28)이 연일 깜짝 타격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3년 해태에 입단한 이대진은 98년 말부터 어깨 부상에 시달려오다 재활에 실패하면서 지난 5월 타자로 전향해 그의 성공 여부가 프로야구계에 또다른 흥미거리였다. 비록 광주 진흥고 시절 청소년대표팀의 4번 타자로 활약할 만큼 타격 재질을 인정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지난 27일 잠실 LG전에서 4-5로 뒤진 7회초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가 10타석만에 첫 안타를 결승 3루타로 장식했다. 28일 경기에서는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0-1로 뒤지던 6회 2사 1,2루에서 동점 좌월 2루타를 터트려 화제를 이어갔다.

야구에서 클린업 히터(clean-up hitter)라고 하면 4번 타자를 말한다. 영어의 클린업은 청소, 일소(一掃), 숙청 등을 일컫는데 남김없이 깨끗이 쓸어버린다는 뜻이다. 클린업 히터는 누상에 있는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타자라는 의미다.

따라서 4번 타자는 팀의 간판이자 얼굴이고, 타선의 핵이자 중심이다. 타격의 정교함과 주력에서는 3번 타자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파괴력에서는 팀내 최고를 자랑하는 장타력을 가진 선수가 기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찬스는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싹쓸이 타자가 바로 4번 타자인 것이다.

최근에는 3,4번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감독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4번 타자 중심론, 3번 타자 중심론 등의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타격 각 부문에서 선두그룹을 달리고 있는 선수 가운데 이승엽(삼성) 장성호(기아) 이영우(한화) 김동주(두산) 등이 3번 타자이고, 현대 심정수는 4번 타자이다.

그러나 '애송이 타자'인 이대진을 4번 타자로 선발 기용한다는 것은 감독으로서는 대단한 용기이자 모험이다. 2위 삼성에 4.5게임차로 앞서 있었던 기아의 여유로 볼수도 있지만 하루하루 살얼음판의 승부를 펼치는 프로세계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런 점에서 기아 김성한 감독(44)의 두둑한 배짱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성한 감독으로서도 '믿음의 야구'를 몸으로 보여줌으로서 팀워크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감독이 이끄는 기아가 끈끈한 응집력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비록 기아는 이 경기에서 LG에 3대4로 패했지만 감독의 신뢰를 확인한 이대진이 타석에 설때마다 어느 것과도 바꿀수 없는 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앞으로의 선수생활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타자의 첫발을 내딛은 이대진에게 갈길은 멀고 험하다. 그러나 용기와 희망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대진의 새로운 도전은 자신에게도 일생일대의 모험이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도 변신을 위한 자극제가 될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월드컵 이후 프로축구 열기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이런 저런 크고 작은 화제가 야구팬들의 관심을 끌수있다면 '프로야구의 봄'은 더욱더 앞당겨 질 것이다. < 스포츠조선 조이권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