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제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가 북한의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의 참석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백 외무상은 이날 외무장관회의 이외에도 중국·일본·호주
외무장관과 개별회담을 갖는다. 이에 따라 최근 6·29 서해 도발에 대한
유감표명과 함께 남측을 향해 대화 재개를 제의해온 북한이 ARF를
국제사회를 향한 대화 제스처를 표명하는 무대로 삼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 큰 관심은 미·북 외무장관 회담과 남북 외무장관 회담이 열릴지
여부이다. 이 중 미·북 외무장관 회담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긍정적인 언급을 했다는 미 언론의 보도도 나오고 있고, 우리 당국자들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백
외무상의 회담이 성사될 경우, 서해 사태 이후 미국이 무기연기시켜 놓은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 문제가 재론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이미
남북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이후 미국측에도 특사를 보낼 경우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혀놓은 상태이다.

남북 외무장관 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미·북 간보다는 다소 낮다는 게
당국자들의 예상이다. 정부는 백 외무상이 브루나이에 도착, 외무회담을
제의해올 경우 당연히 이에 응할 계획이나, 우리 측이 먼저 회담을
제의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도발 피해자인 우리가 먼저 나서서
대화를 요청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ARF
석상에서의 환담 등 접촉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한 당국자는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과 백 외무상이 외무장관회의에서 알파벳
순서에 따라 나란히 앉는 만큼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며, 북측의 태도에 따라 상황별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31일로 일찌감치 일정이 잡힌 일·북 간 외무장관회담에서는 요도호
납치범 문제와 일본인 처 고향방문 재개를 위한 적십자회담, 2000년 10월
이후 중단된 수교 회담 재개 등의 문제가 논의되고, 일부 진전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브루나이 현지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단, 북한이
현안 해결을 위해 식량지원 등 많은 '대가'를 요구할 경우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북한은 외무성의 마철수 아태국장과 김창국 국제기구국 군축부국장,
이동일·김종요 국제기구국 군축담당관 등을 대표단으로 함께 파견하는
등 전반적으로 이번 회의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 반다르세리베가완(브루나이)=權景福기자 kkb@chosun.com )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아·태지역의 안보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94년 태국에서 창설된 역내 유일의 정부 간 협의체다. 역내

안보정세와 해적(海賊) 등 초국가적 문제를 협의하지만 구속력이

약해 실익(實益)이 없다는 평가도 있으나 북한이 2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2000년 7차 때부터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회원국은 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브루나이·
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 등 10개 아세안국가와,
한·미·일·중·러·캐나다·호주·뉴질랜드·인도·유럽연합(EU)의장국
등 10개 대화상대국, 파푸아뉴기니·몽골·북한 등 23개국이다. 이번에는
파키스탄과 동티모르가 가입을 추진 중이다. ( 權景福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