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전세계 항공업계를 휩쓴 최악의 침체 상황이 계속되면서, 전 세계 최대 민간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와 유럽 4개국 컨소시엄인 EADS사의 에어버스 사이에 항공기 수주(受注) 경쟁이 치열하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를 장거리 여객기의 운항 고도에서 따온 표현인 ‘3만피트(약 1만m) 상공의 혈투’라 부른다. 작년 한해 사실상 두 회사가 독차지한 전세계 민간항공기 시장은 483억 달러 규모로, 이중 보잉사 매출이 301억 달러였다. 27일 영국에서 일반에게 공개된 최대의 민간·군 항공기 에어쇼인 영국의 ‘판보로(Farnborough) 에어쇼’에서 양사는 서로의 ‘공급 과잉’ 생산 계획을 비난했다.
◆ 사상 최악의 불황 =9·11 테러로 항공 여객이 급감하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은 작년에 이미 120억달러의 적자를 보았다. 필립 콘디트(Condit) 보잉사 회장은 22일 “미국 항공사에서만 2000대의 여객기가 뜨지도 못하고 사막에 놓여져 있다”라고 밝혔다.
보잉사는 이를 ‘더 빠른 대신 요금은 비싼’ 음속에 가까운 미래형 여객기 ‘소닉 크루저(Sonic Cruiser)’로 돌파하려고 했다. 250석 규모의 소닉 크루저는 뉴욕~도쿄 구간의 항공 시간을 현재보다 두 시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보잉사가 3월에 소개한 이 소닉 크루저 개념에 대해 항공사들은 여전히 회의적이고, 뉴욕타임스는 29일 “소닉 크루저의 비행 준비는 타조가 날 준비를 한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또 오히려 많은 항공 승객들이 이용이 불편하더라도 싼 요금을 찾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보잉사의 민간 항공기 사업 부문 책임자인 앨런 멀랠리(Mulallay)는 “6개월~1년 내에 소닉 크루저 개발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물러섰다.
보잉사는 3만명의 종업원을 해고했고, 생산 라인도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나 후발 주자인 에어버스측은 아직까지는 계약직 종업원들만 해고하는 등 다소 느긋한 상태. 분석가들은 항공산업계 경기(景氣)가 2004~2005년에 가서야 바닥을 칠 것으로 본다.
◆ 에어버스의 첫 역전 가능성 =보잉사는 올해 380대, 내년에는 275~300대의 민간항공기를 인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325대를 인도한 에어버스측은 내년에도 300대, 2004년에는 320~340대를 인도할 예정이다. 에어버스가 확보한 주문량 1519대 역시 보잉의 1200대를 웃돈다. 업계에선 “현재 에어버스의 시장 점유율(대수 기준)은 46%이나, 내년에 양사의 ‘30년 전쟁’에서 처음으로 에어버스가 역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보잉사의 멀랠리는 “에어버스측의 지나친 양산(量産)이 항공 산업계를 악화시킨다”고 비난했으나, 에어버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구스타브 훔버트(Humbert)는 “주문대로 생산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에어버스측은 또 엔진이 4개인 A340을 이번 에어쇼에서 선전하면서 경쟁 기종인 보잉사 B777기종의 엔진이 2개인 점을 겨냥해 ‘A340.장거리 여행에는 4개 엔진’이라는 문구를 길이 90m 광고판에 소개해, ‘근거 없이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보잉사의 반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