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은 나를 이용해 피델 카스트로를 독살하려고 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옛 연인이었던 독일 출신 마리타
로렌츠(69)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다큐멘터리 '사랑하는
피델'에서 미 정부의 카스트로 독살 음모를 폭로했다.
선장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2차대전 후 쿠바로 이민온 로렌츠는 쿠바
공산혁명 직후인 1959년 카스트로를 만나 짧지만 깊은 사랑을 나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더 이어질 수도 있었으나 카스트로의 아기를 가진
로렌츠가 어느날 정신을 잃고 산부인과 수술대에 눕혀져 강제유산을
당하면서 9개월 간의 연인관계는 파탄을 맞았다. 아직 당시 사건의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를 계기로 로렌츠는 카스트로와 헤어진 뒤
베네수엘라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카스트로를 연모하는
마음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예나 다름이 없다.
로렌츠는 이 영화에서 "미국 정보기관이 자유와 안보, 애국을 앞세워
자행한 암살과 사회불안 조성행위를 전세계에 알려야겠다고 판단했고,
언젠가는 나와 카스트로의 관계가 미국의 횡포를 알리는 '교훈
목적'으로 이용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출연동기를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카스트로의 연인이었던 나를 이용해 카스트로를
독살하려다 실패하자 그 대가로 내 인생을 철저히 망쳐 놓았다"고
주장하면서 "내가 당시 카스트로를 죽일 수 없었던 것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며, 이제서야 그 전말을 폭로한다"고 말했다.
카스트로와 결별 후 로렌츠는 베네수엘라에 잠시 머물며 당시 독재자였던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를 만나 딸을 낳았다. 미국에 최종 정착한
로렌츠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이었던 하비 리 오스왈드를 사귀기도
했으나 "그가 케네디를 암살할 줄은 몰랐다"고 회고했다.
로렌츠는 최근 한 멕시코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카스트로는 나의
영원한 연인"이라며 '카스트로 만세'를 외쳤다.
영화는 로렌츠가 독일의 어느 수용소에서 생활하던 8세 때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불우했던 소녀시절부터 뉴욕에 거주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생 전반을 차분하게 조명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멕시코 영화회사 카넬라 필름 제작으로 독일의 다큐멘터리 전문감독
빌프리트 후이스만이 메가폰을 잡고 쿠바와 뉴욕을 오가며 지난해 4개월
동안 촬영된 영화에서는 로렌츠가 카스트로와 사랑을 나누던 시절,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던 증인들이 나와 증언했다.
후이스만 감독은 "파란만장한 로렌츠의 일생을 우연히 알게 된 뒤
제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로렌츠의 내레이션 형식으로 진행되는 '사랑하는 피델'은 멕시코
국립자치대학(UNAM) 산하 영상진흥연구소(필모테카)가 상영권을 따내
UNAM 문화센터에서 금주 말부터 공개된다.
(멕시코시티=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