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30 여성들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 '섹스 & 시티'(Sex
and the City)가 케이블TV 유료영화 채널 HBO에서 다음달 3일, 4번째
시리즈의 막을 올린다. 뉴욕을 배경으로 2030 커리어 우먼들의 데이트
모험담을 그린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에서도 동호회가 생길 정도로
화제다.

주인공은 컬럼니스트·변호사·홍보우먼·큐레이터 등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성 4명. 이들의 사전에 올라 있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남자'와
'쇼핑'이다. 뒷골목에서 맞닥뜨린 강도가 "그 백 내 놔" 하자 "이건
백이 아니야. '바게트'(고가 브랜드 '팬디' 백 일종)란 말이야"라고
외치는 인물이 바로 주인공 '캐리'다. 뉴욕을 주름잡는 카사노바가
'에이즈 검사 받고 오면 상대해 주겠다'고 하자 그 동안의 화려한
남성편력이 걸려 걱정하다가도 '이상 없다'는 검사 결과에, 좋아라
남자에게 달려가는 인물이 또 다른 주인공 '사만다'. 파티와 침실
장면만 보여주다 허무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 '미란다'가 내
집 장만 대출 서류에서 여성은 아버지나 남편에 의존하는 것으로
단정하는 조항을 발견하는 등 여성이 처한 현실을 슬쩍 걸치고
넘어가기도 한다. 30대 여성의 애인 찾기이든, 자아 찾기이든 간에
드라마는 뉴욕 뿐 아니라 서울·도쿄·파리·런던 등 대도시에 사는 보통
여자들 이야기(혹은 환상)으로 볼 수 있다.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미국에서는 최근 '섹스…' 다섯번째
시즌 막을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섹스…'가 달라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진지해졌다는 설명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뉴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9·11 테러와 이후 경기 침체 여파다.
현실을 반영한 것. 또 그 동안 살짝 내비치던 나이듦에 대한 공포도
커진다. 뉴욕타임스는 "드라마가 언젠가는 '파티가 끝난다'는 사실을
부각 시킨다"고 설명했다.

임신한 미란다는 낙태를 고려하다가 출산한다.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던 사만다도 드디어 한 남자에 정착할 기미를 보인다. 샬로트는
결혼과 출산을 위해 직장을 포기하지만 자신이 불임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어둡고 두려운 현실을 그리는 '섹스…'의 포장법은 여전히
'섹스…' 답다. "당신이 애국적인 뉴욕 여성이라면 소비 진작을 위해
나와 쇼핑에 나서자"고 외치는 캐리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쩔쩔
매는 미란다를 보며 하는 말. "우리 중 네가 가슴이 제일 크네!"

(정재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