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성구 범어3동 주택가에 위치한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사무실은
작은 정원을 가진 아담한 단독주택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담장보다
키가 큰 석류나무가 방문객을 반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이 개인 주택을 2년째 임차해 사용하고 있지만
그동안 한푼의 임대료도 내지 않았다. 집주인
이상훈(李尙勳·41·치과의사)씨가 "아까운 회비를 환경운동에 써야지
사무실비로 써서 되겠냐"며 집세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이 집에 살던 이씨는 부친이 돌아가신 후 넓은 집이
허전하다며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후 빈 집을 임대하며 관리해오던
이씨는 2000년 환경운동 단체가 월 50만~100만원의 사무실 임차료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선뜻 이 주택을
내놓았다.
단, 조건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주택을 무료 임대해준 사실을 외부에
알릴 경우 사무실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함구령' 덕분에 이씨의
선행은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원래부터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에요. 단지 젊은
사람들의 열정이 좋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해 돕기로
했죠."
주위에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이씨는 초등학생 딸을
환경단체의 여름캠프에 보내고 복지단체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정기적으로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던 이씨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것도 기사가 됩니까? 더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