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문 공립도서관인 서울 사직동 '어린이 도서관'은
방학이면 인파로 북적인다. 평소보다 30% 늘어난 이용자들 때문이다.
3층에 있는 유아실은 그야말로 도떼기 시장이다. 가족단위로 오는
이용자들이 많은데다, 연령 낮은 아이들에겐 도서관이 거의 놀이터다.
간혹 사서의 목청이 날카로워진다. "조용히 좀 하세요!". 이에 몇몇
엄마들이 발끈한다.
사서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이용자 수가 하루 평균 2000명에
대출권수가 3000여권, 이용도서가 6000권이 넘는 어린이 도서관에서
그들은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도서 조사·구입·분류·창구봉사 등
기본업무 말고도, 독서상담, 책 읽어주기, 영화 상영도 한다. 한달에
두번 있는 휴관일은 서울시내 542개 초등학교들을 상대로 한 글짓기대회,
독서감상문대회, 동화구연대회 등등을 뒤치다꺼리하는 날. 뿐인가. 인근
초등학교 도서관까지 정기적으로 지원을 나가야 하고, 견학차 하루에도
열댓명씩 방문하는 손님 접대에 봉사활동 기록을 올리기 위해 찾아오는
청소년들까지 관리해야 한다. 이 많은 일을 18명의 사서가 한다.
주말에는 절반 근무라 7명의 직원이 수천명 이용자들과 그야말로
'혈투'를 벌인다. 오죽하면 사서들이 "비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하겠는가.
문제는 정부 당국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예산을 줄여야 한다 싶으면
"힘없는 도서관"을 들먹인다. 해마다 정규직 사서는 줄어들고 일용직이
늘어난다. 예산이 없어 서울시내 초등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여름방학
어린이독서교실이 '테마별 놀이식'에서 지루한 '강의식'으로
바뀌었고, 강사료도 부족해 직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섰다.
한국도서관협회 박진우씨에 따르면, 전국 440개 공공도서관 중 직원의
법적 정원수를 채우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독서문화의 근간인 도서관이
이렇게 홀대받는 나라에서 출판인 도서관인들은 노상 '다시 책이다!'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