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과 정부 관리들은 '5개년' 단위의 계획에 익숙하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몇 차례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성공하자,
다른 분야에서도 '과학기술혁신 5개년계획', '교육발전 5개년계획'
등으로 5년 단위의 계획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이 관례화했다.

환경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환경정책기본법은 매 5년 단위로 환경보전
중기(中期)종합계획을 수립해 환경개선을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에서 5개년 계획은 너무 짧다. 적어도 50년 앞을 내다 보는
장기계획이 필요하다.

우선 첫째 이유로, 환경을 파괴하긴 쉬어도 복원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과거 산업화로 황폐해진 영국 템즈 강을 복원하는
데에는 100년 이상 걸렸고, 자동차 공해로 오염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대기를 정화하려는 노력은 수십 년째 진행 중이다.

이처럼 한 세대가 당장의 편의를 위해 파괴한 환경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남는다. 그러기에 환경에 큰 영향을 주는 사업은 적어도
50년을 보는 긴 안목을 가지고 판단해야 된다.

예를 들어 바다를 막아 간척지를 만들면 당장은 농토나 산업용지를 얻는
경제적 이득이 커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50년 동안의 득실을 따져보면
갯벌을 파괴함으로써 받는 생태계의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사업성은 당연히 의문시 된다.

둘째, 환경 투자는 말 그대로 사회의 하부 구조를 마련하는 일로서 당장
가시적(可視的)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0년
가까이 차근차근 진행되어 온 일본의 하수도 정비 사업이 대표적 예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누구의 업적으로 알아주지도 않지만, 맑은 물을 얻기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기에 장기 계획을 세워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하는 '5개년 계획'의
접근법으로는 될 일이 아니다.

셋째, 지금은 환경 문제가 국가의 경제·산업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이고, 환경 요건을 맞추기 위한 국가 구조가 변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 나라가 기후변화협약의 선진국 기준에 맞추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려면 엄청난 구조조정과 고통이 예상된다. 이에 비해
일본은 이미 1970년대 1차 오일쇼크 때 정부가 앞장서 산업구조를 에너지
효율적으로 바꾸었음을 귀감(龜鑑)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물론 50년 장기 목표를 세우되, 현실에 맞게 세세한 계획은 자주
바꾸어야 할 것이다. '전(全)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 맞게
행동하는' 것과 더불어 '먼 미래를 내다 보고 현재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吳世正 서울대 교수·2020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