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2명이 미군(美軍)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 의정부에서
시작된 미군 규탄 시위가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또 이제까지 미군
훈련이나 이동 등을 무관심하게 지켜보았던 훈련장 인근 주민들도 '사고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줄잇는 규탄 시위=지난 14일 의정부시 가능동 미2사단 캠프
레드클라우드 앞에선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 회원 등
3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제4차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덕수궁 앞 추모 캠페인, 지난 12일 수원역 앞과 부천 북부역 앞
서명운동 등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높았다.
범국민대책위는 17일을 '청소년 행동의 날'로 정해 서울과 의정부의
중·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된 규탄 대회를 준비 중이다. 또 여중생 사망
49재(齋)를 맞는 31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등 갈수록
시위 범위가 커질 전망이다. 이에 미군은 미2사단 앞에서 시위가 있는
날이면 부대 정문 주변 미군 통행을 완전히 금지시키고, 경기북부
미군들에 대해 외출시 단체행동(Buddy System) 강화를 지시했다.
◆훈련장 주민도 민감=미군 훈련장 주변 주민들도 예전과 다른
시각으로 미군 이동 등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지난 4일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주민 200여명은 여중생이 사망한 사고현장에서 '안전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장갑차 사고로 조카
신효순(14)양을 잃은 신현기(41)씨는 "사고가 발생한 효촌리 56번
국도를 지나가는 미군 차량이 조금이라도 속도를 낼 것 같으면 주민들이
손을 흔들어 항의하는 등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고 말했다. .
지난 5월 파주시 법원읍 오현리 앞에서 훈련 중이던 미군 차량들이 마을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막자 미군과 승강이를 벌였던 이곳 주민들도
마찬가지. 오현1리 신현덕(38) 이장은 "최근 여중생 사고를 통해 마을
부근 무건리 훈련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도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는 미군측이 훈련 사전(事前) 통보, 도로 안전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면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해결 나선 당국=경기도2청은 경기북부 지역에서 여중생 사망과
미군측 대책 미흡 등으로 지역민들의 반미(反美)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판단, 진상 규명 촉구와 상호 이해 시도를 병행하기로 했다. 우선
19일 이임하는 러셀 아너레이 미2사단장 후임으로 올 새 사단장 진용이
갖춰지면 진상 규명 및 사고 방지 대책 마련을 재차 요구할 예정이다.
도2청은 이와 함께 미군 훈련 및 이동시 규모와 관계 없이 마을
주민들에게 반드시 사전 통보 조치를 취하도록 미군 당국과 협의 중이다.
미군 훈련으로 주민들의 기물 파손이나 인명 피해 발생에 대비, 국가배상
절차 안내를 비롯한 사고수습 대행창구를 운영키로 했다. 또 한·미 공조
확립 및 상호 오해 불식을 위한 안내 책자를 조만간 지역민과 미군측에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