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서부 잉글우드에서 수갑을 채운 흑인 소년을 구타한
백인 경관을 즉각 해고하라는 거리 시위가 12일 벌어졌다.
LA 흑인사회 지도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이 이끄는 수백명의 시위자들은
이날 잉글우드 경찰청사 주변을 돌면서 "정의가 없이는 평화도 없다",
"인종차별주의 경관은 사라져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흑인
인권지도자 마틴 루터 킹의 아들인 마틴 루터 킹 3세는 "경찰의
인종차별은 아버지가 사망한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며,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10년 전 '로드니 킹 사건'의 재판(再版)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로드니 킹 사건은 1991년 말에 LA의
흑인 로드니 킹이 경찰관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한 시민에 의해
녹화된 후 TV에 공개됨으로써 물의를 빚고 급기야 1992년 4월 LA에서
대규모 흑인 폭동을 초래했던 사건을 말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 6일 저녁 잉글우드의 한 주유소에서 제레미
모스(Morse) 등 백인 경찰 4명이 흑인 소년 도너번
잭슨(Jackson·16)에게 수갑을 채운 후 얼굴을 순찰차 트렁크에 부딪치고
주먹으로 구타하는 장면이 한 민간인에 의해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돼
TV에 방영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잭슨이 직위해제된 모스의 고환을 움켜쥐는 등 경찰 검문에
불응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거액의 피해보상 소송을 청구한 잭슨의
가족은 청각·언어 장애가 있는 잭슨이 경찰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편 구타 장면을 촬영, 사건을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첼
크룩스(Crooks·27)가 11일 LA에서 체포된 후 병원에 후송됐다. 경찰은
크룩스가 음주운전 및 뺑소니 혐의로 이날 연행됐으며, 상처를 입었다고
호소해 남캘리포니아대학(USC)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