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터질 것 같다. 풍선처럼. 언제부턴가 우리 쇼 프로그램에선
사회자라는 이름을 단 MC가 5~6명은 기본이다. 웬만한 신변잡기 토크쇼는
'보조 MC'란 명목으로 몇명씩 '기본안주'처럼 나온다. 그 많은
이들을 한번씩이라도 잡기 위해 고민하는 TV 카메라맨의 고뇌에 가득찬
화면마저 심심찮게 보게된다. 사회자 한 명이 깔끔하게 혹은 두 명이
절묘한 세력 균형을 이루며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집단 MC'는 한국과 이웃 나라 일본의 특징이다. 일본TV 베끼기
어쩌구 하기 이전에 일본에서 왜 이렇게 떼로 몰려다니는 '집단 MC'가
등장했나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워낙 '단체' '집단'을
좋아한다. 뉴스도 5~6명은 기본이고, 토크쇼는 말할 필요도 없다. '나
홀로'파 한국인인 나는 한 일본TV PD에게 물어봤다. "왜들
이러느냐?"고. 그는 대답했다. ①출연진이 많으면 시청자는 백화점
판매대에 사람이 모인 것을 볼 때처럼 '뭔가 있나 보다'하고 채널을
고정시키는 심리가 있다. ②자기 의사를 표현하길 꺼리는 일본인에게
'보조MC'는 시청자가 묻고 싶은 다양한 질문을 대신 물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걸 그대로 베껴온 우리 TV에선 그럴까? ①번의 경우 "뭔가 있겠지?"
보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을 끼워팔기 하는 느낌이 강하다.
한마디로 그들에겐 '역할'이랄 게 없다. ②번도 그렇다. 의사 표현에
적극적인 한국 시청자들에게 대리체험자는 필요없다. 실제
'보조MC'들도 시청자를 대신해 대리체험을 전해주기 보다 온갖 주접을
동원해 '메인MC' 보다 튀어보려고 목숨을 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런 떼거지 '보조MC'들이 '병풍' 역할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왜 프로그램 내내 나사 풀린듯 실실대고나 있는
'그'가, 아슬아슬 한마디 걸치고 끝인 '그녀'가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할 일이 있기는 하다. 일본TV처럼 온갖 여론조사(?)
종이판의 테이프를 뜯어가며 시시콜콜한 연예인 관련 고십을 읽는 역할
등이다.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다. 한가한 오피스 빌딩의
엘리베이터걸, 아무도 말 걸 일 없이 '가구'처럼 자리를 지키는 리셉션
데스크 안내원 같은 '잉여인력'을 보는 느낌이다.

21세기는 '화려한 개인기'의 시대이다. 나홀로 당당한, 자기 확신이
뚜렷한 MC의 시대이다. 21세기 우리는 '보조'나 '비서'가 필요없다.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 빛을 내는 시대이다. TV는 시청자에게 집단체험을
강요하지 말고 시대 변화에 '독자적으로' 대응하길 요구한다.

(전여옥/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