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됐습니다. 여름은 열정의 계절, 탈출의
계절입니다. 그래서 여름은 시(詩)를 필요로 합니다. 오늘부터 한달 간
김화영 교수(고려대 불문학과)가 독자 여러분을, 작열하는 태양과 뜨거운
백사장, 혹은 고요한 사색의 카페로 안내합니다. 김교수가 직접 고른 한
편의 시와 함께 즐거운 여름 여행을 떠나보십시요. (편집자)
빈자리가 없는 곳은 지옥이다. 늘 보는 그 얼굴, 늘 듣는 그 소리, 늘
바꾸어도 바뀌지 않는 높은 자리, 늘 받고도 늘 안 받았다는 그 돈, 사람
시세, 후보 시세, 주식시세, 부동산시세, ...... 그런 것들만 빼곡이
고여있는 일간신문에도 빈자리가 필요하다. 시(詩)는 질식해 가는 우리의
숨과 삶이 들고나는 천창(天窓). 말이 거풍하는 빈자리. 일상의 저
바깥으로 열리는 환상의 문. 빈자리여 넓어져라! 우리의 어리석음도 좀
드나들자.
(김화영 고려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