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산업단지의 간판 사업장인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충북도내 대학교수들이 잇따라 하이닉스
해외매각 반대 및 경영정상화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청주대, 충주대, 서원대, 세명대, 영동대, 주성대, 청주과학대,
충북과학대 등 8개 대학 교수 437명은 지난 10일 하이닉스 반도체
해외매각 반대 및 정부의 경영정상화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충북대 교수 80여명도 지난달 20일 하이닉스 반도체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들의 이같은 의사표시는 기본적으로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문제가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지만 국가경제
전반을 고려할때 하이닉스 해외매각이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공통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어 정부와 채권단의 반응이 주목된다.
하이닉스반도체 살리기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청주대 경제통상학부
이현재(李玄宰· 사진 ) 교수로부터 하이닉스 해외매각의 문제점 등에
관해 의견을 들어본다.
▷교수들이 해외매각 반대운동에 나선 배경은 무엇인가.
-하이닉스 문제는 일개 회사의 개념을 넘어 작게는 지역경제, 크게는
국가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단순한 정치 논리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부(國富)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연대서명에 동참한 교수들은 정부와 채권단의 주장과
달리 하이닉스반도체 해외매각이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해외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하이닉스 위기의 근본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과다한 부채에 있다.
그러나 회사의 속사장을 살펴보면 경쟁력과 수익성 면에서 충분히
독자생존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제 D-RAM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몰고온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지만 투자효율성이나 생산성, 원가경쟁력
등이 높기 때문에 이번 고비만 잘 넘겨주면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해외매각을 강행할 경우 국부유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자산가치 13조원의 회사를 4조원도 안되는 가격에
팔아넘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社)와의 매각협상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무엇인가.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매입 배경이 결코 순수하지 않은 것 같다. 과연
그들이 하이닉스를 합병해서 재투자를 하고 공장을 제대로 돌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자사 주가 끌어올리기와 반도체 시장 독점체제 구축 등
경영전략 차원에서 하이닉스를 가져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자산매각
방식의 기존 협상은 고용안정이나 시설투자 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 금융당국이 마이크론의 이같은 시도에 힘을
실어줘서는 안된다.
▷헤외매각은 무조건 안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순수한 경제적 논리에 입각해
매각이 불가피하다면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 언제든지 해외매각의
가능성을 열어두되 하이닉스가 갖고 있는 자산가치와 부가가치를 충분히
반영하는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20여년간 피땀 흘려 일궈온 세계적
기업을 단순한 금융논리에 의해 헐값에 넘기는 일은 피하자는 얘기다.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할 가능성은 있는가.
-하이닉스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살려주면서 정부가 경영정상화를
지원하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 물론 하이닉스 임직원들의 부단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단지 고용승계에 대한 불안감에서 독자생존을
주장한다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인적 구조조정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과감한 특화전력을 추진해 알짜배기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하이닉스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교수들이 당장 하이닉스를 위해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각대학 IT관련 학부와 연구소 등이 기술
컨설팅, 특허 사용권 부여 등 실질적인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해
하이닉스 살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접목시킬 만한
아이템이 많지 않아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작은 노력들이 쌓아지면 하이닉스의 회생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