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세월은 한 인물을 위대하게 만든다. SK 베테랑 투수 조규제(35)에게 꼭 해당될 법한 얘기.

조규제는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서 '살신'의 자세를 보여줬다. 1-1 동점을 허용한 4회말 2사 만루에 대기 타자는 '흑곰' 우즈. 한 타자만 더 잡으면 시즌 3승째를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에 이충순 코치가 마운드로 걸어왔다.

'더 던지겠느냐'는 물음에 조규제는 "이기려면 (조)웅천이를 올리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최고 시속 144km의 구위가 떨어진 것도, 자신감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오른손 거포에겐 사이드암 투수가 효과적이라는 평범한 상식만을 떠올린 대답이었다.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며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왼손투수로 군림하던 젊은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변화. 팀을 먼저 생각한 결과는 창단 첫 6연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0일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2군에서 재활을 거친뒤 등판한 첫 경기. 100%는 아니지만 새 출발치곤 구위도 만족스러웠다.

채병용의 마무리 전업으로 빡빡해진 선발 로테이션의 한자리를 굳게 지켜야 할 위치. "지금껏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모두가 내 책임"이란 마음가짐으로 뿌려대는 공 하나 하나에 투혼이 담겨 있다.

<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