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지난 3월 소속팀의 J리그 경기 도중 어깨 통증이 재발한 상태에서 월드컵을 맞았고, 이어 허리와 무릎까지 잇따라 다치는 등 부상이 줄을 이었는데도 월드컵 출전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나는 밤마다 고민에 휩싸이곤 했다. 이런저런 부상들 때문에 자칫 98년 프랑스대회 때처럼 제대로 한 게임 뛰어보지도 못하고 대표생활을 종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어지럽혀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다.

하지만 걱정의 끝은 늘 한결같았다. '절대 이대로는 포기 못한다. 하다가 안 되면 차라리 그라운드에서 쓰러지고 말겠다.' 16강에 대한 간절함이 만들어낸 오기에 가까운 투지였다.

솔직히 일반 프로경기였다면 안 뛰었을 것이다. 설령 코칭스태프에서 출전을 요구했더라도 거절했을 것이다. 그 만큼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다행히 대표팀 의무진이 지극정성으로 돌봐준 덕분에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는 거의 제 컨디션으로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전서 오른쪽 눈두덩이 찢기고, 밀집 수비에 밀려 쓰러지며 허리를 다쳐 몸 상태는 다시 최악으로 떨어졌다. 그 다음부터는 악화일로였다. 4강에 오르기까지 팀은 승승장구했지만 그 사이 내 몸은 피로누적과 격렬한 몸싸움 등으로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 갔다.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않았고, 말을 꺼내고 싶지도 않았다. 승부에 집중하고 있는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었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고통보다는 점점 더 커지는 성취감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친한 (홍)명보에게까지 속속들이 다 얘기하지 않았다.

진통제를 맞아가며 온몸이 부서져라 뛰어 이기고 돌아오면 욱신거리는 몸뚱아리가 마치 빛나는 훈장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축구라는, 승리라는 신비로운 마약에 점점 취해갔다.

< 정리=스포츠조선 추연구 기자 pot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