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해단식을 마지막으로 월드컵에서의 모든 일들을 추억으로 가슴에 담은 채 6일 일본에 돌아왔다.
이곳에 와서도 정신이 없긴 매한가지다. 소속팀의 소재지인 가시와시에서는 (유)상철이와 나를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해 놨고, 전화 자동응답기에도 여러 지인들과 업체들로부터 '축하한다', '한 번 만나자', '연락 좀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들이 한보따리 들어와 있다.
한동안 중단됐던 일본생활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헷갈릴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래도 다 월드컵 4강이라는 멋진 결과로 인해 생기는 일들이라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다.
가시와시에서 체육진흥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며 준비한 공로상 격의 '스포츠현창(顯彰)'도 참 고맙고, 일본팬들의 환영도 전에 없이 뜨거워 콧날이 다 시큰해 질 정도다.
지난 5일 해단식 때 후배들과 헤어지면서 나는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한국축구가 4강까지 오를 수 있게 되기까지 후배들이 보여준 땀과 노력에 대해 팀내 최고참으로서 어떻게든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사실 고맙다는 말밖에는 더 이상 어떻게 내 마음을 보여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후배들의 손을 번갈아 잡고 그저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히 월드컵기간 동안 그라운드 한번 밟지 못했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해줬던 후배들에게는 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제 아무리 부처같은 심성을 가진 선수라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속이 상하고,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구나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를 코 앞에 둔 채 구경만 하고 있는 그 마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후배들은 이런 불만과 좌절감을 가슴에 꼭꼭 묻어둔 채 단 한 번도 겉으로 드러내지를 않았다. 그들의 이런 자제와 스스로를 다스리는 노력이 없었다면 분명 내분이 일었을 테고, 한국의 4강 신화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축구는 단체운동이다. 아무리 뛰어난 스타플레이어도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축구다. 특히 이번 대표팀에서는 쟁쟁한 실력을 갖춘 벤치멤버들이 있었기에 주전선수들이 더욱 긴장해 최고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고, 코칭스태프도 선수운용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진정한 승자인 벤치멤버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 정리=스포츠조선 추연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