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낮 대구시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앞 주차장. 비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초록색 천막이 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구지역 환경단체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이 유례없는 「천막농성」을 한달 넘게 펼치고
있는 현장이다.

여기에서는 단체 회원 2명이 매일 번갈아 가며 숙식을 해결하면서
대구시에 무언의 항의를 보내고 있다. 이날은 녹색소비자연대에서 나와
천막을 지키고 있다. 이들이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나아가서는 이같은
중요한 결정에 시민단체들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것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골프장 건설은 지난 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이 『대구에 외국 바이어를
유치하고 여러 문화관광인프라를 구축하려면 골프장이 대구에도 있어야
한다』며 골프장 건설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후 롯데그룹을 주축으로 달성군 초곡리 일대에 골프장을
건설키로 하면서 본격적인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의
반대움직임이 표면화됐다.

이들은 골프장건설 반대 성명서 발표, 시청앞 1인 시위, 자전거 시위
등으로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지난달 3일 천막농성으로 시민단체 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농성의 하이라이트는 대구환경운동연합 문창식(文昌植·40)
사무처장의 12일간에 걸친 단식농성이었다. 문 처장은 단식 과정중에도
자신의 단식상황을 인터넷에 올려 심금을 울렸다.

「가끔 머리가 조금씩 아프고 손발이 저리고 어지러운 것을 제외하면
정신은 더욱 맑아지고…」 「앞으로 며칠을 더 견딜 수 있을까?」
「도저히 견디지 못할 상황은 설마 오지 않겠지」 등. 문 처장의 생생한
단식체험기는 그 자체로서도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단식농성에 참가하는 회원들의 경우 밤 12시에 취침해 오전 5시에
기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것은 원칙일뿐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밤이면 아스팔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 낮이면 작열하는
태양열, 자동차 소음 등은 새로운 체험에 다름 아니었다.

농성기간중 매일 30~40명 정도의 시민들이 방문해 격려하는 광경이 매일
목격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이 이곳으로 옮겨 오지 않았나 하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키게
했다.

지난달 월드컵 개최 기간중에는 세간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져 서운함을
달래기도 했지만 처음의 뜻을 멈출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2일과 3일 이틀동안은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뜻에서 농성을 잠시 중단했다.

얼마전에는 골프장 건설 시행가인 ㈜연우측이 골프장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대구시의 계획이 난관에 부닥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조해녕 대구시장이 취임 첫날인 지난 2일 『골프장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조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해 놓고
있는 상태다. 다음주쯤 면담이 실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지만 그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孔正玉·33) 사무차장은 『시민단체들이 농성을
하는 것은 환경에 부정적인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동시에 앞으로
골프장 건설과 같은 중요 사안에 대해 대구시가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판단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4번째 농성참가 정현수씨

녹색소비자연대 정현수(鄭鉉樹·35) 사무국장. 그는 5일 낮 하룻동안의
천막농성을 위해 준비물이 든 배낭을 메고 동료 4명과 함께 천막에
나타났다. 그는 이날 하룻밤을 여기서 샌뒤 6일 다음 농성자와
인수인계를 한다.

이번 농성이 그로서는 4번째다.

정 사무국장은 『천막을 친 곳이 주차장이어서 밤이면 소음과 매연
등으로 상당히 괴로웠다』며 『특히 밤이면 5살난 애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철이라 모기가 많아 물린데가 한두 곳이 아니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 바깥의 열기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환경단체의 힘이 미약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데도 그렇지 못한데 대한 실망감도 깊었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격려차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과의 연대도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골프하는 사람들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땅이 필요한 것이 골프』라며
『이는 우리나라의 특성에는 맞지 않는 운동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적합한
운동을 하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아라고 일침을 가했다.

환경운동 10년차인 그는 베낭에 든 치약과 치솔, 수건 등 준비물을 다시
확인하고 하룻밤의 농성에 참여하는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