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까딱하면 큰 사고 나겠구나 싶어 아찔했습니다. 그러나 곧 기우(杞憂)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시민들이 보여준 자발적인 질서 유지 노력에 경찰도 놀랐거든요."
월드컵 기간 동안 시청 앞 거리 응원 현장을 담당했던 서울경찰청 기동단 제1기동대 5중대 소속 유혜성(柳惠成·23) 수경은 지난달 4일 한국 대 폴란드전 때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유 수경은 "경찰 지시를 어기거나 폴리스 라인을 벗어나면서 생기는 혼란은 이번 거리 응원에서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통 콘서트장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폴리스 라인을 밀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났다고 한다.

유 수경이 감탄해 마지 않는 한 장면. 지난달 19일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끝나고 시청역 계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자, 경찰은 “천천히 내려가세요”를 외쳤다. 그 즉시 사람들은 마치 응원 구호를 외치듯 한 목소리로 “천천히!”를 소리치며 계단을 내려갔다. 더 이상 경찰이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 유 수경은 “동료들끼리 ‘여기 한국 맞아?’라고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차도를 점거하고 흥겨운 뒤풀이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경찰이 다가가면, 시민 한 명은 꼭 “올라갑시다!”를 외치며 사람들을 인도로 이끌었다고 한다.

스페인전이 열린 지난달 22일, 도로쪽 폴리스 라인을 넓히는 과정에서 7살쯤 된 어린아이가 사람들에 밀려 넘어졌다. 경찰도 당황해하던 그 순간, 아이의 일행이 아닌 것 같은 한 남자가 “여기 아이가 깔렸다”고 소리치며 팔을 벌려 스스로 저지선을 만들었다. 같은 날, 더위를 먹은 20대 여성이 탈진해 쓰러지자 주위 사람들은 물수건으로 이마를 닦아주고 얼음물을 먹여주었다. 유 수경은 “가까운 곳에 구급차가 대기 중이었는데, 어떤 사람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119차를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 수경은 “수고한다며 음료수와 빵을 건네주고 심지어 같이 응원하자며 응원도구를 나눠주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새벽 2~3시까지 현장을 지키는 고된 업무였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에 피곤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