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 밤이 찾아오고 비까지 내리면 다시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엄습하곤 했습니다."

지난 2월 6일 필리핀 반군(反軍)에 납치됐던 광물(鑛物) 사업가
윤재근(43·경기도 고양시)씨가 5개월 만인 지난 2일 반군으로부터
풀려나 4일 오전 4시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윤씨는 납치 당시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1000㎞ 정도 떨어진
민다나오섬 쿠다라트주(州)에서 필리핀인 호텔사업가 카를로스
벨로니오씨와 함께 석탄 광산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팔람방 지역 광산굴
조사를 위해 차를 타고 가다 이슬람계 반군 조직의 하나인
'아부소피아강'의 무장 게릴라 10여명에게 붙잡혀 정글로 끌려갔다.

반군들은 윤씨를 정글 속으로 데리고 돌아다니며 필리핀 정부에 윤씨
석방 조건으로 1000만페소(약 2억6000만원)를 요구했다. 곧바로
필리핀군(軍)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이 시작됐다. 정글 속에서의 잦은
이동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투, 폭행과 생명의 위협이 이어졌다.

이후 밤에는 나뭇잎으로 엮어 만든 움막에서 자고 바나나와 소금 등으로
요기하며 정글을 옮겨다녔다. 가끔 쌀밥이 나왔다고 한다. 납치 한 달이
지나면서 반군들은 윤씨와 친해졌다. 서로 이름도 알게 됐고 전투가 없는
날은 함께 술래잡기 등 놀이를 즐길 정도가 됐다.

지난 4월 중순 반군들과 '동료애'를 느낄 정도로 가까워지면서 죽음의
공포에서 서서히 벗어났다. 여전히 반군들은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았지만
폭행 등은 거의 없어졌다. 두 번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혔을 때도
"당신을 이해한다"며 다독거려줬다고 한다.

지난달 초 필리핀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반군 8명이 사망하면서 반군은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