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부탄과 몬트세랫의 축구경기가 펼쳐진 부탄 수도 팀프의 창링미탕경기장에서 부탄 국민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4강'과 '붉은 악마'라는 두 단어로 집약되는 2002 한·일 월드컵의
짜릿한 감동을 사람들은 쉽게 잊지 못하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월드컵이
끝나기 전부터 각종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내며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오는 7일 밤 10시 35분 KBS 1TV가 방송할 'KBS 스페셜―축구, 세계를
정복하다'는 이런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이번 월드컵의
이면을 살핀 다큐멘터리로 관심을 끈다.

제작진은 "일종의 '만국 공통어'인 축구가 월드컵을 통해 어떻게
세계인을 하나로 묶었는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말한다. 프랑스, 미국, 일본, 세네갈, 스페인, 잉글랜드,
브라질, 튀니지 등 월드컵 참가국의 현지 표정을 객관적으로 전하는 것과
함께 태국, 인도네시아, 네팔, 부탄 등 비참가국 주민들의 축구 열기도
짚어보았다.

이변이 속출한 2002 월드컵의 서막,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 포클랜드
전쟁이라는 역사의 상흔으로 축구 이상의 의미를 가졌던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 장면을 지켜보는 현지 국민들의 뜨거운 감정이
화면으로 드러난다. 세계 축구의 변방에 놓여있던 한국, 터키, 세네갈
3국이 일으킨 돌풍의 의미를 들여다보고, 전쟁으로 페허가 된
팔레스타인,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있는 아르헨티나 시위 현장에도
월드컵의 꿈틀거리는 생동감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상대
팀을 존중하고 패배 앞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은 한국의 응원문화를
세계인들이 어떻게 봤는 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분석이 가해진다.

2002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지난달 30일 히말라야의 소왕국 부탄에서
펼쳐진 FIFA 랭킹 202위 부탄과 203위 몬트세랫 사이의 '꼴찌 결승전'
현장도 전파를 탄다. 1만여명 넘는 부탄 국민들이 관람한 이날 경기는
상업적인 FIFA 월드컵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의 원초적인 열정으로
가득찼다고 제작진은 전한다.

연출자 권오석PD는 "서로에 대해 거의 모르던 부탄과 몬트세랫 사람들이
조그만 공 하나로 로 허물없이 친해지는 모습을 보며 축구의 위력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