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역대 어느 대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변이 속출했다. 그런데 과연 이번 월드컵을 '이변', '돌풍'이라는 용어들로만 정의내릴 수 있을까?
이같은 관점에서 지난 3월부터 본지가 매달 초 게재했던 각국 전력 기상도 자료를 바탕으로 월드컵 준비 과정과 본선 성적간의 상관 관계를 찾아보았다. 분석의 편의를 위해 상한가 5점, 상승세 4점, 보합세 3점, 하락세 2점, 하한가 1점으로 보고 월드컵 개막 전 3개월간(3월~5월) 성적을 평균해 '월드컵 준비 점수'를 매겼다.
◆개관-뿌린대로 거두리라
월드컵 준비 상태와 성적은 대체로 비례했다.
C조 1,2위를 차지한 브라질(3.3점)-터키(3점)은 코스타리카(2.7점), 중국(2점)보다 상대적으로 월드컵에 대비를 철저히 한 결과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일본(H조), 세네갈(A조ㆍ이상 4점)을 비롯, 스페인(B조ㆍ3.3점), 스웨덴(F조ㆍ2.7점), 멕시코(G조ㆍ2.7점)도 같은 조에 있는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철저한 월드컵 준비로 16강에 진출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번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국가 중 10개국이 각 조에서 월드컵 준비 점수 2위안에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등생은 D조의 한국과 미국
월드컵 개막 전부터 묵묵히 전력 강화에 힘썼던 한국, 미국의 선전이 눈에 띈다.
지난 1,2월 북중미 골드컵의 부진으로 하락세에 들었던 한국. 그러나 3월부터 5월까지 유럽 강호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공수의 조직력을 강화한 데다 체력 강화 프로그램이 빛을 보기 시작, 7연속 무패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로 돌아선 끝에 월드컵 4위라는 초유의 성적을 거뒀다. 월드컵 준비 점수는 평균 3.3점.
미국(3.7점)도 2월 북중미 골드컵 우승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3월부터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꾸준히 평가전을 치르며 상승세를 유지한 끝에 8강까지 올랐다.
◆안 뿌리니깐 못 거두지
월드컵을 대비해 특별한 준비를 하지 못해 줄줄이 미역국을 마신 나라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국가가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폴란드.
당초 우승 후보로 꼽혔던 아르헨티나는 2월 FIFA랭킹 100위권의 웨일스에 비긴 데 이어 경제 위기의 여파로 평가전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4월들어 독일과의 평가전서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주전들의 줄부상, 비엘사 감독 임금 체불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결국 2.3점을 얻는 데 그쳐 F조에서 스웨덴, 나이지리아(이상 2.7점)보다 준비도가 떨어졌다. 결국 아르헨티나가 받아든 성적은 1라운드 탈락.
한국과 미국과 같은 조에 속했던 포르투갈과 폴란드도 준비 소홀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들 국가들은 올해 들어 평가전을 겨우 5차례 정도만 치르는 등 전력 강화에 실패, 각각 2점과 2.3점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미국과 비교해 보면 최하 1점에서 최대 1.7점까지 차이가 난다. 준비 소홀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대목.
◆최고의 먹튀는?
프랑스(A조)와 카메룬(E조)은 월드컵 준비 상황만을 보면 16강 진출이 가장 유력했던 후보였다.
프랑스는 지난 2월부터 개막 직전까지 평가전에서 2승1무1패를 기록했다. 그리 많지 않은 평가전이었지만 승률이 좋았던 데다 매경기마다 화려한 축구를 보여줘 변함없는 우승 1순위로 꼽혔다. 개막직전까지 프랑스의 월드컵 준비 점수는 4점으로 A조에서는 세네갈과 공동 1위였다. 하지만 피레스와 지단의 부상 공백으로 결국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카메룬도 마찬가지. 올해 초 아프리카네이션스컵을 제패하며 상한가를 친 데 이어 월드컵 전까지 계속 평가전을 치르며 전력 극대화에 성공, 4.3점으로 E조에서 아일랜드(4.7점)와 더불어 가장 준비를 잘한 국가였다. 그러나 결국 독일과 아일랜드에 밀리며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준비는 못했지만 의외의 성적을
독일(E조)은 2월 이스라엘을 7대1로 물리치며 상승세를 탔지만 주전들의 줄부상에 4월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 패배 등으로 하락세를 거듭, 결국 3점을 기록하는 데 그쳐 1라운드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본무대에서는 화끈한 공격력에 펠러 감독의 '실리 축구'가 위력을 발휘해 결국 준우승을 차지했다.
2월과 3월 평가전 부진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잉글랜드는 4월 팀의 기둥인 베컴이 왼발등 골절로 결장한 상황에서도 파라과이를 4대0으로 대파,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여전히 월드컵 준비 점수는 2점에 불과 '죽음의 F조'에서 가장 전력이 처졌던 상태였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를 물리치고 8강에까지 올라 축구 종가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월드컵 준비 점수가 2점에 불과했던 덴마크도 강력한 A조 꼴찌 후보에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 스포츠조선 김태근 기자 amic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