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경기도 양주군에서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와 공동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고차량과 운전병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건 발생 후 21일을 넘지 않는 5일까지 법무부가 미군을 상대로1차적 형사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고 발생 =지난달 13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56번 지방도에서 친구 생일을 축하하러 가기 위해 갓길을 걸어가던 이 마을 신효순·심미선(14·조양중 2년)양 등 2명이 미군의 가교(架橋) 운반용 장갑차(운전자 워커 마크 병장·36)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 미군측 반응 =미군은 지난달 19일 사고조사 결과 발표에서 “선임 탑승자가 피해 여중생들을 30m 전방에서 발견, 운전병에게 경고하려고 했지만 소음이 심해 제때에 경고할 수 없어 발생한 고의성 없는 사고”라고 말했다. 미군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프로에서 “적법한 작전수행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미군측의 과실(過失) 책임은 없다”며 “사고 운전병은 정상적으로 병영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가족·시민단체 반발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는 철저한 진상 규명, 미군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범국민대책위 회원 500여 명이 경기도 의정부시 미2사단 앞 시위 도중 부대 내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넷 방송 ‘민중의 소리’ 기자 한모(31)·이모(31·여)씨 등 2명이 시위대와 함께 부대 진입 중 미군에게 체포된 뒤 경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지난달 27일 사고 차량 운전병과 소속 부대장 등 미군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고소한 상태다.
지난 2일 의정부경찰서가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고 차량 운전병의 진술서에 따르면 운전병이 선행(先行)하던 중대장과 무전교신을 하고 있어 선임 탑승자의 경고를 못 들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범국민대책위는 이에 대해 “미군의 명백한 과실이 드러났지만 미군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피해 보상 및 향후 전망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최대한의 피해 보상 및 조기(早期) 보상을 위해 유가족과 접촉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국민대책위 제종철(34) 부실장은 “주위에서 1만달러 조의금 등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미군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3일 유가족들이 사고 운전자 등을 상대로 제출한 업무상 과실치사 고소 사건의 재판권 관할 문제를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히는 등 앞으로 한미주둔군지위협정 내에서 양국의 법적 지위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