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팔레 워싱턴대 명예교수,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교수, 존 던컨
UCLA대 교수…. 미국의 주류 한국학 연구자들은 국내 역사학자들이
민족주의의 과잉 때문에 역사적 진실에 도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한다. 식민사관을 극복하기위해 조선 사회의 자생적인 근대화
가능성을 주장한 '내재적 발전론'에 대해 실증적 증거가 희박하다며
반박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계간지 '역사비평'이 이번 여름호에서
'미국의 한국사 연구'를 특집으로 꾸미고, "민족주의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제국주의의 침략논리에 편승할 가능성까지 안고있다"고
공격한 것은 이런 미국 학계 흐름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다.
최근 미국의 동아시아학 담당 교수 14명과 함께 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2주간 방한, 현장답사를 마친 에드워드 슐츠(59) 미국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 소장은 국내 학계의 이런 반응에 대해 "역사 연구는
무엇보다 충실한 자료의 뒷받침과 논리적인 분석에 기초해야한다"고
답했다. 슐츠 교수는 1960년대 중반 평화봉사단원으로 방한했다가 서강대
대학원에서 이기백 교수 지도로 한국사에 입문했고, 하와이대에서
고려시대 무인정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중견 연구자다.
―민족주의의 과잉이 역사 연구에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은 식민 통치를 거친데다 여전히 분단 상황에 있기 때문에
민족주의 바람이 거센 것은 이해할 수있다. 하지만 학문 연구는
해석보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중요하다. 고려 시대를
예로 들면, 북한은 고려가 진정한 통일왕조라고 주장하고, 통일신라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통일신라야말로 현재 한국사의 토대를
형성한 시기라고 본다. 북한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고려를 높이 평가할
수있으나,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납득할 수 있어야한다."
―미국 학자로서 한국사 연구를 하는 목적은.
"미국은 2차대전 후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한국 문제에 개입해왔다.
하지만 한국 역사와 문화에 무지했기 때문에 과오를 많이 범했다. 내가
한국사를 연구하는 이유는 미국이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한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기위해서다."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뭔가.
"우선 영문으로 된 교과서가 절대 부족하다. 에드워드 와그너 전
하버드대 교수와 내가 이기백 교수의 '한국사신론'을 영역한 게 거의
전부다. 지금도 이 책을 대학에서 한국사교재로 쓰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신론'은 한국인 독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않다. 한국사 개설서를 쓰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시간이
없어 은퇴 후에나 가능할 것같다."
―미국의 한국학 연구자로서 겪는 어려움은.
"전공은 고려시대지만, 요즘은 북한 현대사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 전반에 대해, 강의해야하는 게 힘들다."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장으로 최근 한국병합 관련 국제회의와 하와이
이민 100주년 학술대회 등 해외의 한국학 연구모임을 활발히 조직해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1월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 주관으로 미국이민 100주년
학술대회를 연다. 젠더(gender·성·性) 혹은 중앙 대 지방의 시각에서
한국사를 재검토하는 심포지엄도 계획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