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용이네가 이사를 갔다. 7층에 살던 지혜네도 이사를 갔다.

우리 동네에서 한 두 집만 떠나간 게 아니다.

공부 좀 잘한다 싶던 아이가 안 보이면 어느 새 서울로 이사했다는
것이다. 당장 서울로 가기가 벅찬 집에서는 다른 도시로라도 갔다.

전국에서 학업성적 꼴찌 도시가 인천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미련
없이 맹자의 어머니처럼 이곳을 떠났던 것이다. 더 나은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남편 통근의 불편쯤이야, 전세살이의 궁색함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열악한 학업 환경의 중·고등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는 인천의 엄마는 '패잔병' 같기만 하다.

'내 아이들의 능력을 계발시켜 주지 못하는 지역에서 살아야 할까'
하는 자괴감마저 갖게 하는 곳이 인천이다. 송도신도시며 인천국제공항이
눈부시다고 해도 교육 기반에 문제가 있다면 어느 누가 인천에 뿌리
내리고 싶겠는가.

문화 기반이 황무지라는 사실도 인천을 뜨고 싶게 하는 큰 이유의
하나다.

인천지하철 동춘역이나 동막역에서 인천시립박물관을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한다. 교통이 불편하면 제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해도 나서기 망설여진다.
박물관을 지나는 마을버스 노선 하나 책정해 주지 않는 것이 인천시의
행정이라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 훌륭한 시설을 왜 그림의 떡으로
만드는가.

살기 좋은 도시란 시민들이 향유할 문화가 넘치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필하모니가 성장하고 극단이 활개치는 인천, 시 낭송회가 이어지고
도서관 열람실에 신간이 빼곡한 인천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 시장은 교육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문화사업을 팍팍 밀어주어야
한다. 사람들을 다른 도시에 빼앗기지 마시라. 손익계산을 해 보시라.
가능성 있는 아이들을 잃는 것은 얼마나 막심한 손해인가. 어쩔 수 없이
인천에 남아 산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얼마나 큰 죄인가.

인천을 순환하는 셔틀버스가 타고 싶어지도록 인천을 살만한 도시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김미혜/주부·부평1동 동아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