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6월30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의 보스니아 평화유지 활동을 6개월 더 연장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신 미국은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과
긴급 협의를 가진 끝에 보스니아 평화유지 활동의 중단을 피하기 위해
일단 72시간 연장안에 합의했다.
◆ 미국의 거부권 행사 =6월30일 밤 12시에 만료되는 보스니아 유엔
평화유지활동 연장안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해외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벌이는 미군들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기소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요지로 미국이 6월19일 안보리에 제출한
결의안이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에 의해 거부된 데 따른 것이다.
만약 미국과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 사이에 근본적 해결책이 도출되지
못하면, 보스니아에서 횔동하는 1500여명의 유엔 경찰훈련단 임무는
4일0시를 기해 종료된다. 또한 유엔과 별도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하는 보스니아 평화유지군(SFOR)의 향후 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유엔 출범 이후 이번을 포함, 모두 74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 현안을 놓고 안보리 이사국들이 분열돼서는 안된다"며, 이사국들이
협의를 지속해 해결책을 모색해줄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는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 대한
위협"이며 "자국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비난했다.
◆ 국제형사재판소 출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최초의 상설
국제전범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7월1일 출범한 데 따른 것이다.
1998년 성안된 로마조약에 139개국이 서명하고 74개국이 비준함에 따라
이날로 법적 효력을 갖게 된 ICC는, 내란이나 전쟁중 대량학살 같은
전쟁범죄나 반(反)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자를, 해당국가가 처벌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을 경우에 범죄자를 기소하고 재판을 진행한다.
ICC는 상설 전범재판소라는 점에서, 2차대전 직후 마련된 뉘른베르크
법정이나 도쿄 법정, 그리고 현재 가동중인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 등
한시적인 전범재판소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되는 ICC는 법적으론 7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지만, 담당 판·검사들을 뽑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것은
내년이 돼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최강국 미국이 해외활동중인 미군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ICC에 기소되는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데다가, 러시아·중국 등도
반대하고 있어, 얼마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보스니아 평화軍/ 유엔 경찰훈련단 활동… 나토 다국적군도 파견
1992년 4월 세르비아인들과 이슬람교도·크로아티아인들 사이에 시작된
보스니아 내전은 1995년 12월 미국의 중재로 '데이턴(Dayton)
평화협정'이 맺어지면서 끝이 났다. 이 협정에 따라 국제사회는
보스니아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보스니아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벌이는 집단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1500여명의 유엔 경찰훈련단(UNMIBH)으로, 현재 미국인 46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현지 경찰병력을 훈련시키는 임무를 띄고 있다.
주둔 기간을 연장하려면 유엔 안보리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번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상은 이들이다.
또다른 하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하는 다국적
평화유지군(SFOR). 1만9000여명의 SFOR 병력중 미군이 3100명을
차지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전쟁 당사자들간에 적대행위를 막고
민간당국을 지원하는 것이 임무다. 참여 19개국중 일부는 '미국이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시사하고 있다.